‘후티에 공격당할라’ 발 묶인 선박들···수에즈 운하 ‘물류 경색’ 우려
그리스 해운회사 벌크선에 탄 선원 3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 화물선을 대상으로 한 후티 반군의 무력행사 상황이 심각해지자 홍해에서 민간 선박 운항이 제한되고 있다. 해운 회사들은 안전을 위해 선박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홍해를 피하는 우회 항로로 운항하고 있다.
전 세계 물류 약 10%가 오가는 홍해에서 안보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물류 배송이 경색되거나 화물 운임비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해양 분석 업체 윈드워드의 분석 결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선원 세 명이 사망한 지난 6일 수에즈 운하 북쪽과 남쪽 항구 외부에 정박해놓은 벌크선 수가 전날보다 225%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CNN은 배들이 공격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운항을 멈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미 다니엘 윈드워드 최고경영자(CEO)는 “정박한 배 중 61%가 공격 시점인 6일 오후 1시30분 이후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공격으로 인해 수에즈 운하를 피해 가는 벌크선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는 세계 무역의 10~15%, 컨테이너 무역의 30%가 지나가는 항로다.
지난해 10월 후티 반군이 무력시위를 벌인 이후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배도 줄고 있다. 선박 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4일부터 8일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선은 200척이 넘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22척으로 줄었다.
노르웨이 해운 분석 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분석가는 “치명적인 공격으로 인해 컨테이너선, 벌크선, 자동차 운반선, 유조선 등 운반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유조선들이 오가고는 있지만 더 많은 배들이 철수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국가 사이에 있는 홍해는 아시아, 아프리카 동부, 오세아니아 지역과 유럽을 잇는 핵심 항로다. 지중해로 들어가는 수에즈 운하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에는 약 2만4000척의 선박이 이곳을 지나갔으며 이는 세계 해상 무역량의 10%를 차지한다.
상황이 장기화되자 해운사들은 아프리카 대륙 남단 희망봉 인근까지 도는 방식으로 운항 경로를 바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1월 기준 대형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를 비롯한 18개 해운사가 우회 항로를 택했다고 밝혔다. 운항 경로가 바뀌면서 화물 운임비가 올랐고, 소요 시간이 일주일 정도 늘어났다고 CNN은 전했다.
선원들도 해운사들에 안전한 항로로 배를 운항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운송노동자연맹(ITF)은 지난 6일 성명에서 “홍해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희망봉 주변으로 운항 경로를 바꿔달라”고 해운 업계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화물선 선원 구인난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로펌 리드스미스의 고용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애시모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인력 부족으로 해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안전 문제는 고용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예멘의 시아파 무장 단체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 아덴만 인근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거나 해저 케이블을 끊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6일에는 아덴만을 지나던 그리스 기업 소유의 벌크선 ‘트루 컨피던스’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배에 타고 있던 베트남인 1명과 필리핀인 2명 등 선원 3명이 숨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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