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지분 늘리는 이재웅 창업자… 롯데렌탈 의식했나
공정위 심사 통과 롯데렌탈, 영향력↑
새 이사회 멤버 후보엔 SOQRI CFO 포함
이재웅 쏘카 창업자가 쏘카의 지분을 석 달 새 4% 이상 매수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쏘카 주주총회에서는 이 창업자의 측근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2대 주주 롯데렌탈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 창업자는 지난달에만 쏘카 주식 22만6000주를 사들였다. 작년 2분기만 해도 쏘카 주식이 단 1주도 없었던 이 창업자는 같은 해 11월 17일부터 주식을 모아 석 달 새 4.54%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날 시가총액(6545억원) 기준 297억원에 달하는 가치다. 이 창업자의 부인인 황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쏘카 지분율은 이날 기준 0.99%다.
이 창업자의 연속된 지분 매입은 롯데렌탈과의 경영권 분쟁을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쏘카 2대 주주인 롯데렌탈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확대하자, 사재를 투입해 경영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창업자측 인사인 박재욱 쏘카 대표도 작년 10월 쏘카 지분 1.98%(64만8984주)를 장내매수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상장을 앞두고 운영자금이 필요했던 쏘카는 여러 재무적투자자(FI)를 모았다. 롯데렌탈은 그해 3월 FI로부터 지분 13.29%를 사들이며 쏘카의 3대 주주가 됐다. 당시만 해도 쏘카가 롯데렌탈이란 우군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쏘카도 롯데렌탈 지분 매입 이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롯데렌탈은 정비, 충전 인프라, 주차장, 중고차 매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프라를 갖고 있다”면서 “롯데렌탈의 지분 매입으로 두 회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매입하며 조건으로 내세웠던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졌다. 우선매수권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 시 롯데렌탈이 우선 협상한다는 뜻인데, 롯데렌탈은 작년 8월 이를 행사하기 시작했다. 롯데렌탈은 쏘카 2대 주주였던 SK가 보유한 쏘카 보통주 587만2450주(17.9%)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31일 롯데렌탈의 쏘카 주식 취득을 승인하면서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34.69%로 늘어났다.
쏘카가 새로 내세운 이사회 후보군을 두고도 롯데렌탈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쏘카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5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재선임 2명, 신규 선임 3명으로 총 9명인 이사회 구성원의 30%가 교체된다.
구체적으로는 박재욱 대표이사(사내이사)와 강상우 센트랄그룹 총괄책임 사장(사외이사)은 재선임될 예정이다. 신규 이사 후보에는 윤자영 무신사 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학 전임 부교수(사외이사), 금현애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신규 사외이사 2명은 중장기 성장 전략인 ‘쏘카2.0′을 고도화하는데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다. 윤자영 후보는 소셜미디어(SNS) 기반의 패션 정보 공유 앱 ‘스타일쉐어’의 창업자로, 플랫폼 산업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이준만 후보도 2021년부터 SK스퀘어 자회사이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경쟁하는 토종 앱 플랫폼 서비스 기업 ‘원스토어’의 사외이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금현애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는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SOQR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고, 현재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을 이끌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 창업자가 지배 중이며, 각각 쏘카 지분 18.97%, 1.33%씩을 보유하고 있어 금 후보가 이 창업자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사외이사는 아니지만 동일하게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상근이사다.
쏘카는 금 후보에 대해 “감사업무에 대한 높은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경영 의사결정에 투명성을 제고하고, 다년간 타사에서 CFO 및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한 이력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위치에서 직무를 수행할 것 기대된다”면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여 회사의 발전에 높은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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