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스파링 파트너 만났는데…비에 날아간 이정후 좌투수 적응 훈련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왼손 투수를 상대했다. 하지만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왼손 투수와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맞대결을 가졌다. 하지만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종료됐다. 경기 개시 전부터 내린 비 때문이다.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경기가 취소됐다.
이날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같은 포지션과 타순을 유지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정후는 다저스를 상대로 출격 채비를 마쳤다.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지만, 이정후에게 이날 경기는 더 특별했다.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왼손 투수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지금까지 모두 오른손 투수들과 맞대결을 펼쳤다. 성적도 좋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정후는 5경기 1홈런 3타점 3득점 1도루 타율 0.362(13타수 6안타) 출루율 0.533 장타율 0.769 OPS 1.302를 기록했다.
처음 왼손 투수를 상대하게 된 이정후. 스파링 상대도 좋았다. 이날 다저스 선발 투수는 제임스 팩스턴이었다. 팩스턴은 2010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32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됐고, 마이너리그에서 숙성기를 거친 후 2013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1200만 달러(약 160억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팩스턴은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투수다. 평균 96마일(약 154km)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팩스턴은 2017시즌 24경기에서 136이닝을 소화하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98의 성적을 기록. 데뷔 첫 두 자리 승수를 따내며 선발 투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2018년에는 28경기 134이닝 11승 6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2019시즌에는 뉴욕 양키스로 둥지를 옮겼고 29경기 150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9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부상과 부진 때문에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팩스턴은 통산 156경기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기록.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쌓았다. 팩스턴의 내구성에 물음표가 붙어있지만, 선발 투수가 필요했던 다저스는 팩스턴을 영입하게 됐다.
이처럼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팩스턴을 상대로 이정후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0-0이던 1회말 리드오프로 나선 이정후는 팩스턴을 괴롭혔다. 초구 바깥쪽 높게 빠져나가는 공을 지켜본 이정후는 다시 바깥쪽에 꽂히는 공을 골라냈다. 3구째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는 반응하지 않았고, 4구째 비슷한 코스로 공이 들어오자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정확히 공을 맞히지 못했고 파울이 됐다. 그리고 다시 바깥쪽 공을 골라내며 풀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이정후는 6구째 공을 받아쳤지만, 1루수 땅볼로 잡혔다. 상대 선발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해낸 이정후다.
빅리그 좌완 투수를 처음 상대한 이정후에게 타격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우천으로 경기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3회초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투수 카일 해리슨이 2사 후 미구엘 로하스와 윌 스미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심판에게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어필을 했다. 마운드가 비에 흠뻑 젖은 탓에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깔렸고, 양팀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경기는 재개되지 않았다. 심판진은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의견을 종합해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이정후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45를 기록했고, 왼손 투수에게는 타율 0.328을 기록했다.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리며 강한 면모를 보여 왔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를 수 있다. 빅리그 왼손 투수의 공에도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팩스턴을 상대로 적응 훈련을 할 수 있었지만, 단 한 타석만 소화하게 됐다.
한편 이정후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1회초 샌프란시스코 해리슨이 다저스 로하스에게 장타를 맞았다. 타구는 좌중간 담장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샌프란시스코가 수비 시프트를 걸었고, 이정후는 정중앙이 아닌 오른쪽으로 치우쳐 수비하고 있었다. 타구가 왼쪽으로 날아오자 이정후는 재빨리 공을 쫓아가 포구했고, 빠르게 2루로 던져 타자 주자의 추가 진루를 막아냈다. 이정후의 빠른 주력과 수비 센스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시범경기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8억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매 경기 안타를 생산해내며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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