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합법화 추진에 다시 탄력받는 '간호법'…"이제라도 제정"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3. 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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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 "尹정부 '의료개혁' 지지"…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거듭 환영
"현행 의료법, 의사 기득권 강화한 결과물…체계적·종합적 간호정책 필요"
의협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종용한 파렴치한 조치"…정부에 즉각 철회요구
대한간호협회는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의료개혁'에 거듭 지지 의사를 밝히며 간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협회 제공


정부가 의사업무 일부를 현장에서 대신해온 진료보조(PA·Physican Assistant) 간호사의 법제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나 안전하고 올바르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불합리함에 맞서 국민의 권익을 지켜나가겠다"며 간호법안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간협은 우선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경력 발전체계 개발·지원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환영과 동시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증원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대해서도 재차 지지 의사를 표했다.

진료공백 해소를 위해 간호사의 수행업무를 폭넓게 인정한 시범사업을 두고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보호를 해주겠다고 한 것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정된 지 70여 년이 지난 현행 의료법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의사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되어 온 결과물"이라며 "그 결과로 대한민국은 지금 초유의 '의료대란'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간협은 작년 상반기 입법 직전까지 갔던 간호법을 놓고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의료의 안정성을 만드는 법'임에도 이익단체들의 '의료계를 분열시키는 악법'이란 프레임 속에 결국 좌초됐다"며 "이제 간호계는 논란의 여지를 없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대통령의 말씀대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되는 것'임을 기억하고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간호법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11월 말 간호법 제정안이 재발의된 상태다. 기존 법안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가장 문제 삼았던 '지역사회' 문구는 수정됐다.

고 의원 등은 우리나라가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점을 들어 "숙련된 간호사 등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지역 간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며 "현행 의료법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면, 지역사회 통함돌봄체계 구축의 기반이 되는 간호·돌봄 인력,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치료를 위한 숙련된 간호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지난 6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간협은 이번 간호사 업무 시범사업 관련,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 의협을 향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간호사들에게 떠넘겨진 의사들의 업무는 이제 관행"이라며 "간호사들이 오랜 시간 의사들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은 '진료 보조'라는 애매모호한 간호사 업무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규정상 간호사 업무범위의 모호함이 해소될 거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제도화 수순을 밟게 되면, 더 이상 법원 판례나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간협은 "의협은 이제 '나만 옳다'는 고집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며 "정책의 옳고 그름은 의협이 판단하는 게 아니다.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해 면허를 부여한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의협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의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며, 해당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번에 허용한 검체 채취·심전도·초음파 등에 대해서도 "이들 업무를 면허범위로 하고 있는 임상병리사·방사선사·응급구조사 등과도 업무중복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보건의료질서를 유지하고 직역 간 분쟁을 방지·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분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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