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선후배’ ‘처남-매제’···이정후가 고대하는 또 하나의 빅매치, 코드 네임 ‘Korean civil war’
윤은용 기자 2024. 3. 8. 16:15
비록 많은 한국 팬들이 바랬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의 ‘미니 한일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더 재밌을 한국 선수들간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 선후배’, ‘처남 vs 매제’ 등 스토리도 풍부하다. 그야말로 ‘한국 내전(Korean civil war)’이다.
이정후는 8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시범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상대 선발 제임스 팩스턴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상대해보는 왼손 투수. 1회말 첫 타석에서 이정후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경기가 싱겁게 끝났고, 기록도 삭제됐다.
관심을 모았던 오타니와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6~7일 이틀 연속 시범경기에 출전했던 오타니는 이날은 경기에 나서지 않고 캐멀백 랜치의 다저스 캠프에서 훈련만 했다.
앞서 이정후는 이제 9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을 정조준한다. 다저스전에 앞서 이틀 연속 휴식을 취했던 이정후이기에 출전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가 출전하면, 키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선배 김하성과의 맞대결은 물론 ‘처남-매제’ 사이인 고우석과도 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팬들의 흥미를 끌고도 남을 매치업이다.
“나한테 오는건 다잡을 것” vs “이빨로라도 잡겠다” 키움 선후배간 맞대결
3년 터울의 김하성과 이정후는 키움 시절,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였다. 김하성은 키움이 넥센으로 활동하던 2014년 데뷔한 뒤 고속 성장을 거듭,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했고 이정후 역시 2017년 데뷔 시즌부터 3할을 치며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단숨에 리그 최고 타자로 성장했다.
김하성은 2020년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이용, 이정후보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해 처절한 주전 경쟁을 펼쳤던 김하성은 2022년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수비에서 진가를 보이며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지난해에는 잰더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로 갔음에도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며 한국 선수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시즌 결국 보가츠를 2루로 밀어내고 다시 유격수로 돌아가는 김하성은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자격을 얻는 김하성을 잡으려면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정이 넉넉치 않아진 샌디에이고가 시즌 중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정후 역시 아직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데뷔를 하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정후는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개막전부터 ‘1번·중견수’로 기용하겠다고 할 정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적 예측 시스템인 스티머는 이정후가 올해 타율 0.291, 11홈런 54타점 wRC+ 116의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정후는 지난 7일 MLB닷컴이 ‘한국을 빛낸 메이저리거 6인’ 중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최대 규모 계약을 체결한 선수’ 항목에 선정돼 이름을 올렸다. 이정후와 함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추신수 등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대선배들임을 감안하면, 현 이정후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절친한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양보란 있을 수 없다. 김하성은 지난 1월 미국으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이제는 적이다. 봐주는 거 없이 타구를 다 잡아보도록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자 이정후 또한 지난달 초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봐주면 같은 팀 투수들에게도, 우리 플레이를 보러 온 팬분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경기할 때는 사적인 감정은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 경기하겠다. 형이 나에게 치는 건 정말 이빨로라도 잡겠다”고 받아쳤다. 아직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맛보기’라도 충분히 기대되는 매치업이다.
둘의 맞대결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김하성에게 달려 있다. 김하성은 훈련 도중 등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6일부터 경기가 없었던 이날까지 3일을 푹 쉬었다. 큰 부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예방 차원의 휴식이었던 만큼 샌프란시스코전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내 여동생이랑 사귄다고? 왜?” 미국 전역에 알려진 처남-매제지간, 맞대결 할 수 있을까
1998년생 동갑내기인 이정후와 고우석의 ‘처남-매제’간 맞대결 성사 여부도 관심을 끈다.
둘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경쟁해오며 잘 알고 지냈다. 그 경쟁 구도가 프로 입단 후에도 이어졌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친한 친구였다. 심지어 가족끼리 교류도 있었다. 그러다 고우석이 이정후의 여동생인 이가현씨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게 됐고, 이후 교제를 하다가 지난해 1월 결혼하며 처남-매제간 사이가 됐다. 둘의 스토리는 지난 1월 MLB닷컴이 “내 여동생이랑 사귄다고?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명하면서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둘은 2023시즌 후 나란히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고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 달러를 받는 조건에 계약하면서 둘 다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정후와 고우석은 한국에서 뛰던 시절 여러번 맞붙었고, 이정후가 타율 0.300(10타수3안타), 출루율 0.333으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안타 3개가 모두 단타였고, 타점 1개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고우석 역시 크게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정후를 일찌감치 1번·중견수로 기용하기로 확정한 샌프란시스코와는 달리, 샌디에이고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였던 고우석이지만, 현재 샌디에이고에는 마쓰이 유키, 로베르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 같은 수준급 불펜 투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고우석이 무조건 밀린다고 볼 수는 없다. 샌디에이고는 이번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마무리 투수 보직을 결정하려고 한다. 그런데 수아레스는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마쓰이는 첫 등판에서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보였지만,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비하면 고우석은 두 번째 등판에서 1실점하며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외 나머지 2경기에서는 무실점 피칭을 했다. 현 시점에서는 페랄타와 함께 페이스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범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이 끝까지 경기를 지키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정후는 선발 출전이 유력하나, 보통 3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 뒤 교체되곤 했다. 반면 고우석은 경기 후반에 등판하는 불펜 투수다. 만약 고우석이 평소보다 ‘일찍’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면, 이정후와 맞대결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이정후 vs 다르빗슈, 또 다른 ‘미니 한일전’
한편 오타니와 맞대결이 무산된 이정후는 이날 또 한 명의 일본인 선수와 다시 ‘미니 한일전’을 치른다. 이날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가 다름아닌 다르빗슈 유이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20~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인 ‘서울 시리즈’ 2경기 중 한 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착실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다르빗슈는 이정후가 이번 시즌 자주 상대해야 하는 투수다.
이정후와 다르빗슈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시작은 지난해 3월10일 일본과 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2차전때다. 당시 이정후는 일본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를 상대했는데 1회초 첫 타석에서 플라이로 물러나긴 했지만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고, 3회초 2사 2루에서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결과는 한국의 4-13 완패로 끝났지만 이정후 만큼은 빛났다.
이정후는 한국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뒤 다르빗슈로부터 안타를 치는 장면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다르빗슈가 여기에 찾아와 “함께 뛰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됐다. 이에 이정후 역시 “댓글 고맙다. 메이저리그에서 당신과 함께 뛰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포츠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율희 측 양소영 변호사 “양육권 소송, 승산 있다”
- [종합] ‘돌싱글즈6’ 역대 최다 4커플 나왔다, 행복 출발
- 남현희, 누리꾼 30명 ‘무더기 고소’
- 백종원, 5000억대 주식부자 됐다
- 로제 ‘APT.’ 노래방도 휩쓸다
- [공식] 배우 곽시양·임현주 커플 결별···“좋은 동료로 남기로”
- [종합] 과즙세연♥김하온 열애설에 분노 폭발? “16억 태우고 칼 차단” 울분
- 23기 정숙 “조건 만남 범죄 사실 아냐”… 제작진은 왜 사과했나?
- “나는 게이” 클로이 모레츠, 커밍아웃…국민 여동생의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