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집단 이탈 전공의는 무단 결근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그들을 '무단 결근자'라며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사법조치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1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3주차에 접어들어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사법조치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을 '무단 결근자'라고 했다. 집단 이탈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 한 달 뒤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기는커녕 월급도 받을 수 없고 수련병원과 계약을 맺은 신분이기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뉴스1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로 확인된 미복귀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 유지명령이 해제되지 않는 한 무단결근자"라며 "수련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임용·계약을 포기하려 한 전공의들 역시 업무를 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은 있지만 대다수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갑자기 근무지를 이탈했기에 계약상 남은 기간은 일하고 그만둬야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입장이다. 무단 이탈이므로 병원이 전공의에게 월급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225명)의 근무 점검 결과 계약 포기와 근무지 이탈자는 91.8%인 1만1219명에 달했다. 병원은 2월 월급을 전공의들에게 지급하며 집단이탈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무단결근 일수만큼은 제외한 걸로 확인됐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에서 일하다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낸 당시 1년 차 레지던트는 "2월 출근 안 한 날의 급여가 삭감된 채 왔다. 3월 급여는 안 나온다"며 "당장 생계 때문에 다른 일을 하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이도 있다"며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가입된 온라인 커뮤니티엔 물류센터 등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의료법'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병·의원 개설이나 취업을 할 수 없고 의사로서 채용되는 것도 불법이다. 서울시의사회가 최근 구인·구직 게시판을 연 게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이 한발 물러서고 다음을 모색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탈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필수진료과 교수는 "많은 전공의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국을 막으려면 이번 달 18일과 19일 전 뭔가 나와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11일에서 12일 정도밖에 없다"며 "어쨌든 국민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해보고 합의점이 모이면 정부에 의견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예빈 기자 yeahv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