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트코인? 悲트코인? … 셈법 달라진 '반감기 매직'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2024. 3. 8.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반감기 한달 앞으로…낙관론 vs 비관론
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넘어서며 1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자 기관 수요가 물밀듯이 밀어닥치면서 가격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줬다. 여기에 과거 '폭등 신호'로 인식됐던 반감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처 투자를 늘리지 못한 사람에게는 고립 공포감(FOMO)까지 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감기는 앞서 수백 % 폭등을 유발한 세 번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ETF로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과거 개인투자자가 전부였던 시장과는 체급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반감기 급등을 이끌었던 채굴자도 과거에는 중국 업체가 주류였지만 지금은 미국 주도로 재편됐다. 전문가들은 반감기 전후 U자형 폭등보다 계단식 상승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가격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 4년 주기 폭등 이끈 반감기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지칭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데이터 검증과 코인 송수신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채굴자에 의해 운영된다. 비트코인 최초 발행은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전부이며 이렇게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이 거래소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는 구조다. 따라서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최초 발행량을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희소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반감기는 블록체인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라는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적용한 특징이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개발 당시인 2008년 미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무한정 발행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은행들을 구제하는 것을 보고 비트코인이 달러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 그는 발행 총량을 2100만개로 한정하고 반감기를 설정함으로써 화폐의 무한정 발행에 경종을 울려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인정받기를 희망했다.

그의 의도대로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 지위를 획득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반감기는 지금까지 효과를 톡톡히 보였다. 2012년 첫 번째 반감기에는 이후 1년 내 가격이 9417% 급등했고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에는 17개월 뒤 2931% 오른 1만9666달러를 기록했다. 세 번째 반감기인 2020년에도 682%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모두 최고점을 기록한 후 한두 달 내에 50% 이상 하락한 것도 반감기의 어두운 그림자다. 이 때문에 반감기는 폭등 신호임과 동시에 가상자산 침체기를 앞둔 회광반조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ETF 승인 이후 반감기, 가격 조정 유발할 수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네 번째 반감기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과거 반감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초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로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블랙록·피델리티 등 기존 가상자산 큰손과 체급이 다른 거대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진입해 막대한 거래량을 무기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 투자시장에서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다. 지난 5일 현물 ETF의 일 거래량은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돌파해 상장 이후 최대를 찍었다. ETF 운용사 10곳의 총자산은 500억달러에 도달하는 데 50여 일밖에 걸리지 않아 ETF 사상 최단 기록을 경신했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를 통해 비트코인을 18만개 이상 보유하며 상위 10대 비트코인 고래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막대한 기관 자금은 반감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반감기 때에는 채굴자들의 비트코인 공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주면서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이 이뤄졌지만, 이미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확보한 기관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완충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완충작용으로 과거 U자 형태의 고변동성을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계단식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해도 기술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반감기가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격 조정을 유발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감기 때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왔던 채굴자들이 가격 주도권이 약화됨에 따라 채산성을 맞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에서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내고 채굴 비용 상승 여파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4만2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감기, ETF와 시너지 창출할 것

일부 부정적 의견에도 대다수 투자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와 ETF 효과가 시너지를 내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통적 공급 이슈인 반감기가 수요 확대를 촉발한 ETF와 궁합이 잘 맞아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가상자산 투자 전문 헤지펀드인 판테라캐피털에서는 이번 반감기가 비트코인 역사상 처음으로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반감기 전 2~3개월에는 변동성 우려에 따른 거래 위축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였는데 이번 반감기는 오히려 그 전에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수요 촉발과 공급 축소가 맞물린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넘어 1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