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간다"… 삼바·현대차·아마존 꽉 잡아라
직장인 김 모씨(52)는 2년간 보유했던 SK하이닉스를 지난달 5%의 수익을 내고 팔아버렸다. 불만족스러운 수익률이지만 2021년 3월 주가가 최고점에 들어간 이후 마음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올해 김씨 같은 개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2963억원어치(3월 5일까지 누적) 순매도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SK하이닉스 주가가 20% 더 오르자 김씨는 오히려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는 "현금화하지 말고 계속 SK하이닉스를 보유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고 털어놨다.
최근 투자 업계에서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했지만 해당 주식 주가가 더 올라 배가 아픈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도 최근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 세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자 뚜렷한 목표주가를 정해놓고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를 통해 목표주가를 산정해보니 미국과 일본에 비해 국내 주식의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이 저평가 상태로 나온다.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일본 시장은 의외로 대부분이 목표주가를 넘어서 저평가 투자 매력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양극화가 심했는데 주가가 급등한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고, 아마존과 테슬라 역시 저평가 매력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목표주가와 현 주가의 괴리율에 투자하라
중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의 '단짝'은 나만의 목표주가 정하기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와 '큰손' 투자자도 반드시 거치는 절차다.
상장사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주식 수에 현재 주가를 곱해 산출한다. 주식시장은 항상 극도의 흥분과 공포에 휩쓸리기 때문에 현 주가가 기업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때가 많다. 이때 기업 이익과 주식 수 등을 감안해 미래 주가 혹은 목표주가를 산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특정 기간의 예상 순익을 주식 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에 일정 배율을 곱하는 것이다. 배율로는 통상 과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쓴다. 이렇게 계산한 값이 목표주가 역할을 한다. 현 주가가 목표주가보다 낮다면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EPS와 PER 등은 주요 정보 사이트에 공개돼 있어 초보 투자자도 곧바로 계산하기 쉽다. 다만 어느 정도 기간의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에 따라 수치는 천차만별이다. 이번 분석에선 2024년 예상 EPS와 과거 3개년(2021~2023년) PER 평균값을 적용했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EPS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실적 발표 시점에서 상장사 실적 변화를 감지해 그때그때 EPS를 수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기준을 갖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투자의 나침반 역할을 해줘 이유 없이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실수를 줄여준다.
지난 5일 블룸버그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시가총액 상위 톱10의 기업가치를 분석해보니 목표주가가 현 주가(3월 4일 기준)보다 높은 곳이 7곳이나 됐다. 반도체 업종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약바이오의 투톱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같은 그룹이지만 올해 기아보다 주가가 덜 오른 현대차, 첨단 소재와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LG화학, 국내 플랫폼 대장주 네이버 등이다.
목표주가가 현 주가보다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시장 전체가 사상 최고가를 질주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10곳 중 각각 5곳(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버크셔해서웨이·테슬라), 2곳(키엔스·소프트뱅크)에 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네이버 주가 상승 여력 68%
국내에선 네이버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가 상승 여력이 가장 높은 두 종목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예상 EPS는 1만3623.25원이고, 과거 3개년(2021~2023년) 평균 PER은 95.54배로 적용됐다.
이를 통해 산출한 목표주가가 130만1520원이다. 현 주가보다 68.2%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이후 제일 먼저 달려간 곳도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그만큼 삼성그룹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거는 기대가 크고,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2월 1일 이후 3월 5일까지 개인은 이 주식을 175억원어치 순매수 중이다.
2023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연매출 3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으로 '1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여기엔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혈액질환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헌도 크다. 이 회사는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 생산을 담당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만들어 이만큼 덩치를 키웠다.
앞서 적용한 90배가 넘는 PER에는 이 회사가 향후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쪽에서 패권 경쟁을 지속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반사 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바이오안보법에 따르면 우시앱텍 등 중국 바이오 업체는 미국 행정부나 공공기관 등과 계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갈등이 계속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중인 중국 넘버원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의 영향력이 축소된다. 이에 따라 우시 주가는 올 들어 3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 정도 조정을 받았다.
우시와의 경쟁을 배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향후 신약 개발 능력에 달려 있다.
아직까진 복제약과 위탁생산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 산정 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PER(53.18배)을 적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오히려 비싼 상태로 돌변한다.
네이버 역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주식이다. 이 국내 플랫폼 1등주는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 매도로 올해 주가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3월 5일까지 외국인 3452억원, 기관 5993억원 등 9445억원 규모로 '매도 폭탄'이 터졌다.
여기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실망감, 독과점 논란에 따른 플랫폼법 추진 등 복합적인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
다만 실적만 놓고 봤을 땐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1조7204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2023년보다 15.6% 상승하는 것으로 나온다.
네이버의 주가 흐름은 영업이익률 추이와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2021년 19%대 이익률이 2022년과 2023년 15%대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이익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상거래 신규 사업 모델 수익화가 순조로운 데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이익률과 EPS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예상 EPS는 8841.11원으로, 3개년 평균 PER 36.55배 적용 시 목표주가 32만3113원을 산출할 수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애플·MS는 고평가, 아마존·엔비디아 저평가
블룸버그를 활용한 목표주가를 따져보면 AI 주식도 희비가 엇갈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9.2% 고평가된 반면 엔비디아는 여전히 84.9% 오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MS 주가가 12% 오를 동안 엔비디아는 77% 올랐지만 이런 단기 주가 상승률은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팔아야 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없는 '느낌'일 뿐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예상 EPS는 24.5달러다. 전년 EPS(12.03달러)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EPS는 순이익이 증가하거나 주식 수가 감소했을 때 상승한다. 엔비디아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다.
엔비디아는 AI 인프라스트럭처를 까는 데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세계 최대 강자다. GPU 가격을 높여도 애플·MS 등 빅테크들이 줄서서 사가기 때문에 당분간 순익 급증은 스스로도 멈추기 힘들 정도다. 엔비디아는 자사주 소각도 하기 때문에 주식 수가 감소해 EPS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아마존 주가는 올 들어 18% 올랐지만 여전히 주가가 2배 이상 상승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아마존의 EPS는 작년 2.93달러에서 올해 5.09달러로 엔비디아 못지않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사업과 동영상 구독 서비스가 두 축으로 아마존의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 1위는 아마존웹서비스(AWS)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 사업이 지속되는 한 AWS의 실적 상승은 '따놓은 당상'이다. AWS의 2023년 4분기 기준 수주 잔액(고객이 향후 약정한 지출액)은 1557억달러로, 전년 대비 45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은 전 세계 가입자 2억명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까지 최대 20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사업이다. 두 사업의 성장으로 올해 아마존 매출은 사상 처음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매출은 5748억달러였다.
매출 대비 예상 시총을 뜻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은 올해 2.87배로 예상된다. PSR 역시 낮을수록 저평가 상태인데 애플과 MS의 PSR은 각각 6.94배, 12.58배로 아마존보다 훨씬 높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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