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전기료는 보조금”...美상무부, 현대제철·동국제강 후판 상계관세 인상 예고

반덤핑은 미소마진 인정...올 8월 최종 판정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제철소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AP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2년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값싼 전기요금을 사실상 정부 보조금이라고 판단해 상계관세를 인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반덤핑 관세는 면제돼 우리 업체들은 당장 부담을 덜었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강화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현지에 수출한 2022년산 6mm 이상 두께의 후판에 대해 각각 2.21%, 1.93%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한국전력의 원가회수율이 더 낮아지고 있어 이를 정부 차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는데, 전기로를 활용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후판 제품에 대한 미 상무부의 예비판정과 열연 제품에 대한 최종 판정이 오는 5월 발표될 예정이다.

예비판정에 따르면 상계관세는 지난해 대비 상승했지만 올해는 반덤핑 관세가 면제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실질적인 손실은 현재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 제품에 6.09%의 반덤핑율을 부과했던 상무부는 이번 예비판정에서 미소마진으로 0.0%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전기요금을 보조금으로 판단하겠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매년 힘이 실리는 점은 국내 철강업계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품목이 수입국 산업에 피해를 초래할 경우 수입 당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와 연계해 보호 무역 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산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보조금 판정까지 나와 마진율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로 통상 환경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2021년산 제품 협상 당시에도 미 상무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미 상무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후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고, 같은 해 10월 이 내용을 확정하는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의 이번 예비판정은 행정적으로 영향이 없고, 최종판정 전 사전 공고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최종판정까지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지난해와 같은 논리를 내세운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월로 예정된 최종 판정에서 국내 철강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계관세는 국가 정책적 지원에 대한 판단이라 개별 기업이 CIT 제소를 통해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영역”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