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호텔로 속인 펫숍 “파양견 숙박비 150만원을 입양비로”

김지숙 기자 2024. 3. 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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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강아지 호텔 이용권 명목, 수십·수백만원 요구해
파양견 되파는 영업, 불법 아니다 보니 계속 성행
동물자유연대는 8일 최근 한 업체가 ‘펫호텔’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동물을 분양하는 편법영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해당 업체가 보호소를 표방한 홍보 문구와 달리 펫숍처럼 동물을 진열하고 있는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유기동물 보호소, 안락사 없는 쉼터 등을 내세우며 새끼 동물을 분양하던 신종펫숍이 이번에는 펫호텔을 가장해 영업 중인 현장이 드러났다. 신종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 등의 이름을 내걸고 동물 파양자에게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동물을 인수한 뒤 입양자에게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을 받고 되팔아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는 호텔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8일 “보호소를 사칭하며 동물 판매로 이익을 올리던 신종펫숍이 이제는 호텔을 가장하는 형태로까지 변칙 영업을 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단체는 지난달 초 보호자가 파양한 동물에게 새로운 입양자를 찾아준다고 홍보하면서 고액을 요구하는 업체에 대한 제보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8일 최근 한 업체가 ‘펫호텔’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동물을 분양하는 편법영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단체는 해당 업체가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현수막으로 제작한 간판을 걸고 영업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수막에는 업체명과 함께 ‘강아지 고양이 입양·파양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영업장 내부에는 펫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진열장과 어린 동물들이 있었다. 직원은 단체 활동가들에게 내부 촬영을 금지하면서 매장 안에 있는 품종견들은 가정분양이 어려워 파양된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체가 운영 중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입양을 진행 중인 품종견의 경우 대부분 2~3개월의 새끼 동물로, 일반 펫숍과 비슷했다.

단체 활동가들이 방문객의 접근을 막아둔 공간을 확인했는데 3층으로 쌓은 철제 케이지에는 여러 마리의 동물이 갇혀 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격리 공간의 케이지 안은) 텅 빈 밥그릇과 패드 한장이 전부였다. 케이지 속 동물들이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낸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업체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교감을 통한 입양’을 강조하는 글을 여럿 게시하고 있었다.

활동가들이 방문객의 접근을 막아둔 공간을 확인했는데 3층으로 쌓은 철제 케이지에 동물들이 갇혀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파양하거나 유기하는 동물을 맡는 대신 ‘파양비’를 청구하는 신종펫숍의 행태도 그대로 가져왔다. 이 업체도 ‘호텔 이용’을 명목으로 파양비와 분양비를 받고 있었다. 단체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들은 입양계약서 대신 ‘△△△호텔 기간제 호텔 이용권’이라는 양식의 서류를 작성하게 하고 있었다. 서류에는 ‘이용권을 사용하는 반려동물에 따라 금액이 상이하다’ ‘단순 변심 기간과 관계없이 어떠한 경우에도 이용권 취소 및 환불이 불가하다’ 등 일반 펫숍 입양계약서에 흔히 기재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분양비를 ‘후원금’이라 표현하며 매달 일정 금액의 호텔비를 산정해 수십·수백만 원을 요구했는데 단체 활동가들의 현장 조사 당시에도 20개월 치의 호텔 이용료 150만원을 입양비로 제시했다고 한다. ‘애니멀피플’은 업체 쪽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는 8일 최근 한 업체가 ‘펫호텔’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동물을 분양하는 편법영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가 입양계약서 대신 작성하도록 한 ‘호텔 이용권’ 서류(왼쪽)와 이들이 운영 중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렇게 파양견을 되파는 등의 신종펫숍 영업 방식이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이 업체의 경우에도 동물판매업 허가와 동물위탁업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기준이 불분명한 고액의 분양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영업으로 수년 전부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부 업체가 파양견을 산 채로 매장하는 등의 사건이 드러나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이들 업체는 파양자와 입양자에게 책임비, 분양비를 받은 뒤 실제 동물을 입양시키지 않고 업자에게 맡겨 개·고양이 100여 마리를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편법 영업을 막기 위해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영업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보호소 위장 변칙영업 근절 △반려동물 생산·판매 구조 전환 △반려동물 불법영업 집중 단속 등이 담겼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 팀장은 “신종펫숍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정부도 ‘반려동물 불법·편법 영업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규제를 위한 움직임보다 신종펫숍 산업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빠른 상황이다. 서둘러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비가 없다면 신종펫숍 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 동물과 사람이 피해 모두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신종펫숍 소비 금지와 정보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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