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내 전임자, 푸틴에 머리 조아려”…국정연설서 트럼프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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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정연설 중 소셜미디어에 "바이든은 너무 화나 있고 미쳤다", "역대 최악의 국정연설이다"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실시간' 대응을 했다.
이날 낮 국정연설 '사전 반박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에서는 자신이 퇴임하며 "가장 안전한 국경"을 물려줬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망쳤다며, 무단 월경자들을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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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천만명이 시청하는 황금시간대 연설에서 1시간 내내 그를 “전임자”로 부르며 맹공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반부터 “남북전쟁 이래 미국에서 오늘날처럼 자유와 민주주의가 공격받은 적이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전직 공화당 소속 대통령인 내 전임자는 푸틴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며 “충격적이고,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제대로 지출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해 “원하는 무엇이든 하라고 러시아를 독려할 것”이라고 한 말을 비난한 것이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발을 빼지 않을 것”이고 “나는 머리를 숙이지 않겠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공화당이 가로막는 우크라이나 원조 법안 가결을 촉구하고, 나토 가입 절차 마무리를 위해 방미 중 국정연설 방청석에 앉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번복하려고 선동한 ‘1·6 의사당 난동 사태’를 거론하며 “2020년 선거에 관한 거짓말과 선거를 훔치려는 시도는 남북전쟁 이래 우리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 화요일’(5일) 공화당 경선에서 압승해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후보 사퇴를 이끌어낸 이튿날 진행됐다. 국정연설은 보통 그해의 통치 방향을 제시하는 기회다. 하지만, 이번에는 132년 만의 전현직 대통령 대선 재대결 탓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무대가 되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4년 더”를 연호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이따금 야유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3조 달러(3천985조 원)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오는 11월 대선을 겨냥한 발언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내 목표는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3조 달러(3985조원) 더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례를 파기한 대법관들도 앞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그로 인한 혼란을 보라”며 이를 대선 쟁점으로 삼으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공화당과 “내 전임자”는 여성들의 자유를 빼앗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며,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임신중지권 보장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주로 공격하는 소재인 멕시코 국경을 놓고는 역공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국경을 폐쇄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문제가 해결되면 정치적으로 불리해지니까 통과시키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에 독을 탄다”고 한 그의 막말을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정연설 중 소셜미디어에 “바이든은 너무 화나 있고 미쳤다”, “역대 최악의 국정연설이다”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실시간’ 대응을 했다. 이날 낮 국정연설 ‘사전 반박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글에서는 자신이 퇴임하며 “가장 안전한 국경”을 물려줬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망쳤다며, 무단 월경자들을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불렀다. 또 바이든 대통령 측근들은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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