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학장 “교수들 사직 대신 국민과 직접 대화해야”
서울의대, 12일 교수·전공의·학생 대표 긴급정책포럼 개최
정부와 대학본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일부 의대 교수들이 연이어 직을 내려놓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학장이 교수들에게 ‘사직서를 내는 대신 국민과 직접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국면을 풀 중재자는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의료계 안팎의 의견을 모아 정책 대안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정은 서울대 의과대학장은 7일 의대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을 떠나는 상황에서, 이들의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다만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의 메시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여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누구도 중재자가 되기 힘든 시점에서 중재자는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며 “국민들이 중재자 역할을 해 주실 때까지 교수님들께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학장은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셌던 지난 2월 27일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 축사를 통해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과 떼려야 뗄 수 없고 사회에서 함께해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교수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김 학장은 졸업식 축사를 언급하며 “일부러 언론에 낸 것은 아니지만 의사와 의대생으로서 국민의 눈높이, 사회적 책무성에 대해 얘기한 건 졸업생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께 서울 의대 학장으로서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중 아무도 이번 사태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우리 후속세대들이 상처 입으며 필수의료가 완전히 망가져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그 누구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할 수도 없으므로 교수님들이 사직서 대신 직접 국민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또 “의대 내부 뿐만 아니라 의료계 밖 의견을 모아 정책적 근거와 대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정기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서울의대는 12일 오후 의대 증원과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등에 대해 교수와 전공의·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정책포럼을 열 예정이다.
김 학장은 모든 교수가 휴학·사직서를 낸 학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어떤 이유든 학생·전공의들이 복귀하는 것에 대해,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2025학년도 의대 의예과 정원 15명, 의사과학자(환자 진료 지식과 과학 등을 융합하는 연구자) 양성을 위한 의과학과 신설 정원 50명 등 모두 65명을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김 학장은 “(의대 안을) 입학, 학과 신설 등에 대한 심의 의결기관인 주임교수회에서 투표로 결정했다”며 “10%(135명→150명) 증원, 의사과학자 양성이 증원 방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대학본부에 제출해 대학본부에선 의예과·의학과 정원 135명을 150명으로, 단일 ‘의예과·의학과’이던 의과대학에 (가칭)의과학과를 신설해 여기에 50명 정원으로 해 총 65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뇌혈관 수술 권위자인 김정은 학장은 1970년 제주 출생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전임의(펠로) 과정을 마친 뒤 2002년 제주대병원에서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서울대 의대로 돌아가 의학과장, 연구부학장 등을 거쳤다.
박현정 김민제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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