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갑 축구공'으로 꿈 키운 콩고 난민 어린이... 미국 대표팀 승선에 "난민 희망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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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는 내 삶에서 구원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FC 댈러스 소속 버나드 카뭉고(22)는 주목받고 있는 신예 선수로 최근 미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 선발됐다.
FC 댈러스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쌓아가던 카뭉고는 미국 시민권을 얻고 꿈에 그리던 미국 축구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다.
비슷한 시기 탄자니아 축구 성인 대표팀에서도 카뭉고의 발탁을 원했지만 그의 선택은 자신에게 축구 선수로서의 기회를 준 미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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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의료장갑으로 만든 축구공이 유일한 장난감
어린 시절 경험이 드리블, 창의적 플레이 능력 향상
FC댈러스 소속으로 미국 U-23 축구 대표팀 승선
"유럽리그 진출해 '난민 희망' 되고 싶어" 포부
" 축구는 내 삶에서 구원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MLS) FC 댈러스 소속 버나드 카뭉고(22)는 주목받고 있는 신예 선수로 최근 미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 선발됐다.
날개 공격수인 카뭉고는 지난해 MLS 정규 시즌 16게임에 출전해 6골을 넣었고, 아우디 MLS 컵 플레이오프 출전 여부가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카뭉고가 주목받은 이유는 축구 실력 뿐아니라 그의 독특한 이력도 한몫했다.
콩고 출신인 카뭉고의 부모는 내전을 피해 탄자니아로 몸을 옮긴 후 난민 캠프에서 카뭉고를 낳았다. 전기와 배관 시설이 없는 난민 텐트에서 14세까지 자란 카뭉고는 하루 한 끼도 간신히 먹을 정도로 처절한 유년기를 보냈다.
카뭉고의 유일한 낙은 축구뿐. 난민 텐트에서 생활하는 아이에게 번듯한 축구공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버려진 의료용 장갑을 모아 헌 옷으로 둥글게 감아서 만든 것이 그의 축구공이었다. 카뭉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허접한 ‘천 뭉텅이’ 공으로 흙더미에서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축구할 때만큼은 현실 속 모든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민 캠프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늘 잘 살아남아서 다음 날도 살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안 했다"라며 "그곳에서 내가 아는 것 중 가장 재밌는 것은 축구뿐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암울하기만 했던 그의 인생에도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2016년 국제구조위원회의 도움으로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으로 이주한 카뭉고는 중학교 축구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민 출신이라는 신분으로 미국에서 축구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가족은 여전히 가난했고, 미국에서도 미래를 꿈꾸기 힘들다는 사실은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가난과 불우한 환경이 그에게 악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었다. 탄자니아에서 친구들과 수천 시간 동안 함께 해왔던 즉흥 플레이는 드리블 기술, 창의적인 플레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정식 훈련이나 전술 훈련을 거의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팀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미국 주니어 축구 대표가 됐다.
카뭉고는 2021년 FC 댈러스 구단 2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데뷔 시즌 총 23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이듬해 25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며 1군의 부름을 받았다.
FC 댈러스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쌓아가던 카뭉고는 미국 시민권을 얻고 꿈에 그리던 미국 축구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다. 아직 23세 이하(U-23) 대표팀이지만 그의 능력을 발산하기에는 충분한 기회였다. 비슷한 시기 탄자니아 축구 성인 대표팀에서도 카뭉고의 발탁을 원했지만 그의 선택은 자신에게 축구 선수로서의 기회를 준 미국이었다. 그렉 버홀터 미국 U-23 대표팀 감독은 "카뭉고는 골을 넣는데 확실히 소질이 있다"며 "훌륭한 선수가 되고자 하는 카뭉고의 절실한 모습은 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카뭉고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지금도 난민 캠프에는 나처럼 재능 많은 사람이 넘쳐나지만, 기회가 없어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며 "유럽 리그까지 진출해 '난민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이재 인턴 기자 chldlwo090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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