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투쟁, 투쟁” 아이비리그 농구선수들이 머리끈을 맨 이유는? [올어바웃스포츠]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학생으로서 우리도 대학의 노동자이자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대학은 과거에 갇혀 있지말고 아마추어의 시대를 끝낼 때”라고 밝혔다. 대학측은 “농구팀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도 대학에 고용되지 않았다”고 즉각 반발했습니다. 이어 “학생에게는 학업이 가장 중요하며 운동부는 교육의 일부”라며 “단순히 농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을 직원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학교에 고용된 노동자’라고 칭하고, 대학은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모양새는 우리에게는 생경합니다. 미국에선 다트머스대 학생들의 결정이 도미노처럼 다른 학교, 다른 종목 학생들의 노조 결성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대학 스포츠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것이지요.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인 학생 운동선수들은 왜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려는 걸까요? 그들이 아마추어는 맞는 것일까요?
색스 이사는 특히 대학이 학생선수들을 통제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는 “대학은 선수들이 언제 연습하고 경기를 할지, 상대팀 경기를 검토하고 졸업생과 교류할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며 “농구부가 다른 지역 원정에 나설때 어디서 여행하고 먹고 자는지도 대학의 판단”이라며 대학이 사용자가 분명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대학 측이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기에 학생들의 노조가 온전히 인정받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노조가 최종 승리할 경우, 이들은 학교 측과 시간당 임금 등 고용 조건에 대한 단체 교섭을 할 권리가 생길 것입니다.
학생들 주장의 근거는 단순합니다. 이들은 학생 신분이지만 스포츠 경기를 위해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 풋볼리그의 최상위 선수들은 주당 43.3시간을 운동에 투자합니다. 일반적인 미국인의 주당 근무시간보다 3시간 넘게 많은 시간입니다. 또 이들은 대회 참석을 위해 수업을 결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부 코치들은 학생 선수들의 페이스북과 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언을 규제하기도 합니다.
미국 대학스포츠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란 기구를 통해 운영됩니다. 1000곳이 넘는 대학이 가입해있고, 협회는 이 대학들을 재정규모, 인기 등을 기준으로 1~3부 리그(디비전 1~3)으로 나눠 운영합니다. 각 리그 안에서는 학교간 거리 등에 따라 지구(컨퍼런스)로 다시 나뉘어 경기를 치릅니다(NCAA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너무 길어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이 NCAA의 수익은 프로스포츠를 뛰어넘을만큼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대학풋볼리그와 남자농구 포스트시즌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일례로 2018년 기준 북미 4대 스포츠 포스트시즌 및 ‘3월의 광란’의 TV 광고비 지출을 비교하면 미국프로풋볼(NFL)에 이어 두 번째가 ‘3월의 광란’이었습니다.
미국 스포츠 중계사는 인기가 좋은 대학풋볼 10여개 팀이 있는 특정 ‘지구’만의 경기를 편성하는 채널과 프로그램을 구축하기도 하고, 빅10 지구 등 초인기 대학들의 모임은 NCAA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NCAA의 수익을 상상을 초월합니다. NCAA는 2022-23 회계연도에 12억8000만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밝혔습니다. ‘3월의 광란’ 중계하기 위해 워너브라더스가 지급하는 금액만 연간 약 9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돈들은 다시 대학들에게 흘러갑니다. NCAA는 12억8000만달러중 6억6900만달러가 1부 리그 소속 학교들에게 흘러갔다고 밝혔습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이벤트와 학생들의 수업 참여 권리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학은 언제나 같은 선택을 내려왔습니다.
대학들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풋볼 상위 1부리그(FBS) 소속팀 감독의 평균 연봉은 약 350만달러입니다. 미국 50개중 40개주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직업은 유명 주립대학교 풋볼 감독이란 통계도 나올 정도입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상위 10개 대학이 운동부로 벌어들이는 돈은 1억4483만달러로 10년간 약 2배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장학금은 1237만달러로 강산이 변하는 시기 동안에도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NFL과 북미농구연맹(NBA)는 각각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 1년이 지나야만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즉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지 않는 이상 NCAA가 통제하는 대학리그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프로스포츠와 대학스포츠간 공생을 위한 조치라곤 하지만, 학생들은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1~2년 강제로 미뤄야 하는 결과를 낳게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빈곤한 유망주들이 대학으로부터 뒷돈을 받는게 적발됐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특히 근년간 이와 관련 전향적인 판단이 쏟아졌습니다. 2021년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학생 선수들이 급여를 받을 수 없고, 장학금도 학비 수준만 받을 수 있도록 한 NCAA 규정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미국에서 기업이 직원에게 시장의 공정한 가격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즉 NCAA라는 기업이 돈을 벌어다주는 학생 선수들에게 수익을 안겨주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입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NCAA 회장은 연간 400만달러를 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NCAA는 학생 선수들이 NIL(이름, 초상권 등 상표권) 관련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없앤다고 발표했습니다. NCAA 측은 “이름 등 상표권 활동을 학생 선수들에게 개방하지만, 특정 학교 진학 선택을 유인하거나 학생 선수가 돈을 받고 플레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서약 등의 규제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선 NCAA가 소속 대학들과 함께 학생들을 고용하는 ‘공동구단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소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대학스포츠 돈벌이의 도구로 잠자코 이용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학스포츠 선수들의 대부분은 프로세계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픗볼선수와 농구선수증 NFL과 NBA에서 한 경기라도 뛰는 선수의 비율은 2% 미만입니다. 프로선수가 되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어려운데 학생 선수들은 경기에 뛰느라 졸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대학농구 1부리그 선수들의 졸업률은 52%에 불과하고, 풋볼 1부리그 선수들은 38%만이 학사모를 쓸 수 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교육 대신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란 뜻이지요.
그러나 대학스포츠가 ‘아마추어리즘’을 복원하려고 손톱만큼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미래를 내다버리고 코트위에 나서기를 강요하는 상황은 없어야 하는게 순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올어바웃스포츠]는 경기 분석을 제외한 스포츠의 모든 것을 다룹니다. 스포츠가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에서 누구나 즐기는 유흥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와 경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 수백억원의 몸값과 수천억원의 광고비가 만들어내는 산업에 자리잡은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알게 된다면, 당신이 보는 그 경기의 해상도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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