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지원금에 주식 지급…선수 친화적으로 변한 프로 골프 투어 [임정우의 스리 퍼트]
각 투어서 선수 유출 막기 위해
선수 친화적 제도 계속해서 신설
PGA, 상금 높이고 컷 탈락 위로금
DP월드투어, 생활 지원금 지급해
KPGA 투어·亞투어도 혜택 받아
LIV 골프와 PGA 투어 등 전세계 주요 투어에서 선수 친화적인 제도를 연이어 만든 이유는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컷 탈락 없이 54홀로 진행되는 LIV 골프는 PGA 투어, DP월드투어 등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톱랭커들에게는 수천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에서는 매 대회 꼴찌를 해도 6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되는 만큼 PGA 투어와 DP월드투어 역시 새로운 대안 마련에 힘썼다. 인기있는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선수 영향력 프로그램(PIP)과 총상금 2000만달러의 특급 대회 신설이 PGA 투어가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해 새롭게 만든 대표적인 제도다.
매년 PIP 보너스를 받는 선수는 단 20명이다. 구글 검색량과 글로벌 미디어 노출 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 빈도, 중계방송 노출량, 선수 친밀도와 호감도 등을 수치로 매겨 1억달러를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그동안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1위를 차지해 거액의 보너스를 수령한 바 있다.
LIV 골프처럼 컷 탈락 없는 대회를 만들기도 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 총상금 2000만달러에 우승 상금 400만달러가 걸려 있는 특급 대회다. 단 모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직전 시즌 페덱스컵 랭킹 50위 이내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킨 소수만이 특급 대회 출전권을 얻는다.
몇몇 선수들은 주식까지 받는다. PGA 투어는 지난 2월 투자 컨소시엄 SSG에서 투자받은 30억달러로 설립하는 영리법인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 주식 9억3000만달러를 내년에 193명의 선수한테 분배한다고 밝혔다.
중하위권 선수들을 위한 컷 탈락 위로금도 만들어졌다. 이 제도는 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새로운 규정 중 하나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미국 내 물가가 너무 올라 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빠듯했는데 컷 탈락 지원금이 생긴 뒤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컷 탈락하면 최소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을 손해보는 것이었는데 5000달러 지원금으로 캐디피 등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금전적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 선수는 “PGA 투어와 다르게 DP월드투어는 매 대회가 거의 다른 나라에서 열려 경비가 많이 든다. 지난해에는 교통비만 1억원 가까이 사용했다”며 “한 시즌 15개 대회 이상을 치르면 15만달러를 받는데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제도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투어 생활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덜게 됐다”고 말했다.
PGA 투어에도 DP월드투어와 비슷한 생활 지원금이 있다. 신인 선수들이 PGA 투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50만달러를 지원하는 것이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을 위한 제도는 연금과 차량 지원 등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각 투어에서 주요 선수들을 지켜야 하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생활 지원금, 컷 탈락 위로금 등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LIV 골프와 PGA 투어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아시안투어와 KPGA 투어 등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아시안투어다. LIV 골프를 후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아시안투어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투어가 됐다.
아시안투어 출전권을 갖고 있는 한 선수는 “총상금 200만달러 규모의 인터내셔널 시리즈가 매년 10개씩 열리는 아시안투어는 이제 프로 골퍼들에게 기회의 땅”이라며 “또 아시안투어 상위 랭커가 LIV 골프 프로모션에 출전할 수 있는 만큼 아시안투어 출전권의 가치가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선수 친화적인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프로 골프 투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도 있다. 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각 대회에 걸려 있는 상금과 지원금 등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투어가 느끼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각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 후원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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