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뚫고 전력 질주라니...' 이정후 감동 폭풍 수비, 우천 취소에도 너무나 빛났던 한 장면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캑터스리그 시범경기를 치렀으나, 경기 도중 현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3회초가 진행 중인 가운데 취소됐다.
이날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한 타석을 소화하면서 범타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경기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정후의 기록도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경기는 취소됐지만, 이정후는 빗속을 뚫고 전력 질주를 펼치며 멋진 수비를 보여줬다. 또 타석에서는 비록 아웃됐지만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는 등 공을 최대한 많이 보면서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시범경기 5경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 2루타 1개 1홈런 3타점 3득점 1도루 2볼넷 1삼진 출루율 0.533 장타율 0.769 OPS(출루율+장타율) 1.302의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중견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러(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페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좌완 카일 해리슨이었다. 해리슨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질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7경기에 선발 등판, 1승 1패 평균자책점 4.15의 성적과 함께 4⅔이닝 동안 35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이정후는 1회초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건 바로 수비였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는 이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다저스의 미구엘 로하스가 때린 타구가 좌중간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타격과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중견수 이정후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다소 우익수 쪽으로 시프트가 펼쳐진 상황이었다. 이에 자칫 이정후의 수비가 늦을 경우, 2루타는 물론 3루타까지 허용할 수 있던 순간. 이때 이정후의 수비가 빛났다. 빠른 타구 판단과 함께 그는 공을 향해 전력 질주를 펼쳤다. 타구는 좌중간 외야를 가른 뒤 펜스 쪽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이정후가 펜스에 공이 가기 전 당도한 뒤 포구 후 커트맨에게 지체없이 뿌렸다. 사실상 이정후의 수비 플레이 하나가, 로하스의 3루타를 저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었다. 탄탄한 중견수 수비를 자랑하는 이정후였기에 이 정도로 끊은 것이라 보는 게 맞았다. 단 1루라도 상대 팀의 추가 진루를 막기 위해 시프트가 걸린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뛰었던 이정후. 그랬기에 더욱 빛났고, 감동을 선사한 장면이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팩스턴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정후에게 타격 기회도 돌아가지 않았다. 팩스턴은 2회까지 볼넷 2개를 던지기는 했으나, 삼진 3개를 곁들이면서 노히트 행진을 펼쳤다. 상황은 3회초부터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의 선발로 나선 카일 해리슨이 3회초 2사 후 볼 8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연속 볼넷을 내준 것. 사실상 달라진 날씨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이후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 결국 이 시기에는 잘 쓰지도 않는 초대형 방수포가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심판진은 우천 노게임을 선언했다.
아울러 이정후와 오타니의 맞대결도 다음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맥스 먼시, 오스틴 반즈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결장하며 휴식을 취했다. 오타니는 6일 LA 에인절스전과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까지 최근 2경기를 연속으로 소화한 바 있다. 다저스는 10승 3패로 캑터스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는 3승 6패를 기록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9이리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캑터스리그 원정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에서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내보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정후가 만약 경기 후반까지 남아있는다면, 고우석과 '처남-매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 또 김하성과 타격 맞대결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경기는 더욱 대단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이정후가 홈런포를 터트린 것. 시범경기 첫 홈런으로, 비록 정식 메이저리그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국에서 담장을 넘겨보는 경험을 했다. 당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2루타 1개 홈런 1개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어 이정후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한 뒤 지난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붙어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도루는 그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도루였다. 그리고 5일 설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Salt River Fields at Talking Stick)에서 펼쳐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시범경기에서는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한 뒤 4회 적시타를 치자마자 곧장 대주자로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이렇게 시범경기 전 경기(5경기) 안타 행진에 성공한 이정후였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가 취소되면서 아직 5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이정후가 삼진을 단 한 차례밖에 당하지 않은 게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2차례 볼넷을 골라낸 건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그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의 유일한 걸림돌을 짚으면서 "이정후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약 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약 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다. 이에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와 같은 평가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는 셈이다.
이정후가 KBO 리그에서 뛰는 7년 동안 삼진이 볼넷보다 많았던 시즌은 2017시즌과 2018시즌에 불과하다. 이후 이정후는 KBO 리그 통산 304삼진 383볼넷으로 최고의 선구안을 자랑했다. 지난해 12월 또 다른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이정후는 부드럽고 빠른 스윙을 가진 퓨어 히터(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존을 가지고 있다"며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배트 스피드나 선구안, 부드러운 스윙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리그 평균 이상의 타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이정후가 이례적으로 지난 시애틀전에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두 차례 헛스윙을 한 끝에 삼진을 당했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유일한 삼진이기도 하다. 당시 이정후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 장면에 관해 " 모르겠다. 저도 무슨 공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하의 이정후가 상대 투수의 구종 파악에 있어서 깜짝 놀랐던 것. 이정후는 " 슬라이더 같았는데, 그 이전에 스윙을 한 게 슬라이더였다. 그 구질은 거의 6%밖에 구사하지 않는 거라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날아와서 배트를 돌렸는데, 그 구질이더라. 어차피 지금은 시범경기다. 다 쳐보고 싶어서 배트를 막 내고 있다. 일단 좋은 투수들의 공을 친 것 같아 앞으로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 MLB.com은 "이정후는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며 "이정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물음표는 빠른 공 대처 여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KBO 리그 투수들은 시속 95마일(152.8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랬기에 이정후가 2023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으로 활약한 뒤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라이언 사도스키도 "이정후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 뒤에는 현지 취재진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국 현지 취재진은 이정후를 향해 '지난해 도루가 적었는데, 올해는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정후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그린라이트를 주셨다. 저도 많이 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오늘도 그냥 뛰었다. 시범경기에서 많이 뛰고 싶다"고 했다. 이어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가 확실히 차이가 있는데, 오늘 경기를 뛰면서 확실하게 느낀 차이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변화구의 스피드가 다르다. 확실히 빠른 것 같다. 속구는 말할 것도 없다. 구속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밥 멜빈 감독이 시범경기 기간 동안 기록에 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 것에 관해서는 "그렇죠. 저는 뭐 그렇게 감독님이 말씀해주시면 선수 입장에서는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다. 그래도 잘 치면 좋겠지만, 못 쳤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야구가 사실 잘 쳤을 때보다 못 쳤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또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못 치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기간에는 성적보다는 정말 제가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방망이도 많이 돌려보고, 아웃도 많이 당해보고, 안타도 많이 쳐보고 싶다"고 재차 각오를 다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해 1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외야수 이정후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한 뒤 "이정후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을 포함하는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84억원)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계약 총액 1억 1300만 달러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1위 기록은 지난 2012년 류현진(36)이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받았던 6년 3600만 달러(약 472억원)였다. 또 야수로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서 수령한 4년 2800만 달러(약 367억원)가 최고 기록이었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이정후의 위엄을 알 수 있다. 2013년 일본인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가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 5500만 달러(약 2035억 원) 계약을 맺은 게 포스팅을 통한 아시아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정후보다 4200만 달러가 많은 금액이다. 반면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이정후가 역대 최고 포스팅 신기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약 1182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정후가 이를 훌쩍 뛰어넘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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