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인 바이든… 민주는 기립박수, 공화는 표정관리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오후 9시15분쯤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전날부터 의사당 주변으로 펜스가 쳐졌고 오전부터 경찰 경비가 삼엄했는데, 이날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고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바이든이 마이크가 있는 연단에 올라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악수를 하기까지 10분이 걸렸다. 공화당 소속이든 민주당 소속이든 당적에 관계 없이 대부분 의원들이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 앞에 서자 의원들의 한동안 기립박수가 계속됐다. 왼쪽 뒷편에 서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신 박수를 쳤고, 그 오른쪽의 존슨 의장도 박수는 치지 않았지만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이든이 “푸틴에 지면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의 당위성을 설파할 때마다 해리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한 반면 이에 강하게 반대를 해온 존슨 의장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 무대에 앉은 내각 인사들은 바이든이 농담을 던질 때마다 크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연설에 앞서 바이든이 장시간 연설을 통해 고령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됐다. 바이든은 1시간이 넘는 연설 내내 대체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는데 특히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는 목소리와 손동작이 커지면서 거침이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혈기왕성한 스피치였다”고 했다. 바이든이 “여기 계신 분들은 3년 전 1·6 의회 습격 사태로 민주주의가 위험해지는 걸 봤다” “본인이 이겨야만 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2024년에 다시 이길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국이 직면한 이슈는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늙었느냐다”고 말할 때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환호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은 채 무표정으로 연단 쪽을 바라봤다. 바이든은 연설 중간 중간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이런 법안을 원하지 않느냐” “부자들에게 또 2조 달러의 감세가 필요하다는 말인가”란 식으로 질문을 던졌고 일각에서 야유가 나왔다.
이날 참석자들의 ‘드레스 코드’ 속에 양당이 강조하려는 바가 다 담겨 있었다.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또 흰색 티셔츠에는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Say Her Name)’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이는 지난달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살해당한 조지아대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를 추모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불법 이민’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었고, 공화당은 정치 쟁점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린은 바이든 면전에서 “그녀의 이름을 말하라”고 외쳤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라일리의 부모를 향해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여성 코커스’ 소속 하원의원들은 순백의 옷을 단체로 입고 나왔는데 이는 낙태 문제에 있어서 ‘여성의 선택’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타임지는 전했다. 인공 체외수정(IVF)이 위법이라 판결한 앨라배마주 대법원 결정 이후 이 문제가 대선 이슈로도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상당수 의원들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로 숨지거나 인질이 된 미국인들의 추모·빠른 복귀를 바라는 의미에서 노란색 리본을 옷에 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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