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해야 필수·지역 의사 부족 해소”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2024. 3. 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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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려야 한다'(2010년), '보건복지부, 의사 인력 태스크포스에서의 증원 논의와 갑작스러운 중단'(2012년), '400명 증원 정책과 전공의 파업. 다시 정부의 항복'(2020년). 일간지의 칼럼 제목들이다.

필수의료 쪽 의사가 부족할 때, 이것이 해결되는 경로는 3가지다.

다만 의사 배출에 시간이 걸리니 그사이에는 부족하더라도 PA(진료 보조)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거나, 치료 우선순위를 조정해 필수성이 큰 것부터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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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용과 성형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 의사 모자라

(시사저널=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의대 정원 늘려야 한다'(2010년), '보건복지부, 의사 인력 태스크포스에서의 증원 논의와 갑작스러운 중단'(2012년), '400명 증원 정책과 전공의 파업. 다시 정부의 항복'(2020년). 일간지의 칼럼 제목들이다. 2024년 마침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전공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국민의 관심은 극에 달하고 있다. 왜 서두르는지, 증원 규모가 급격한 것은 아닌지 논의가 분분하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곧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발표하면 긴 논의는 일단락된다.

'필수의료'가 절대적 가치로 논의되고 있다. 그에 반해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무엇을 지칭하는지 통일되지 않는다. '필수적 의료'는 '선택적 의료'에 대비되는 용어다. 의료 서비스는 필수성-선택성 스펙트럼의 어느 한 지점에 놓인다. 건강보험은 필수성이 높은 것을 먼저 급여 대상으로 하고, 선택성이 높은 것은 비급여로 하거나 본인 부담이 높다. 본인 부담이 50~90%인 '선별 급여' 또는 '예비 급여'가 그것이다. 하지만 필수성 정도는 기준에 따라 다르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한다. 예컨대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은 본인 부담 80%인 선별 급여에서 5%의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는 필수의료라는 용어를 특정하지 않고 퉁쳐 쓰고 있다.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대체로 소아과와 산부인과 등 전문 분야,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의료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필수의료 쪽 의사가 부족할 때, 이것이 해결되는 경로는 3가지다. 

2월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 민간 환자 응급진료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의사 정원 얘기 나오면 공급보다 배분이 문제라며 그냥 넘어가기 급급해

첫째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구도에서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2009년 흉부외과 수가를 2배로 올리기도 했지만, 타 분야 수입과 차이가 큰 상황에서 흉부외과로의 의사 이동은 없었다. 둘째는 의사들을 강제로 필수의료 분야에 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 그런 권한이 없다. 굳이 헌법 위반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마지막은, 필수의료에도 의사들이 가도록 의사 총량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다. 현재로서 이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다. 다만 의사 배출에 시간이 걸리니 그사이에는 부족하더라도 PA(진료 보조) 등 대체인력을 활용하거나, 치료 우선순위를 조정해 필수성이 큰 것부터 제공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십여 년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 의사들은 의사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고 배분이 문제라고 하면서 그때그때 넘어가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 분야에서 의사에 대한 초과 수요가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간다. 지역적으로도 대도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에서 의사 부족 현상이 심하다. 의사의 총량 증가 없이 어느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에 의사를 투입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막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세운 필수의료 패키지는 많은 정책 아이템을 담고 있다. 의대 입학 정원도 그중 하나다. 이는 사실상 필수의료를 위한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보호, 건강보험 보상 등 그 외의 각종 아이템은 '충분조건'이다. 의사 수가 늘지 않으면 이런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의사들은 건강보험의 보상 수준을 대폭 높이지 않는 한 의사들이 필수의료 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필수의료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것은 좋다. 다만 전체 의료행위 가격을 매년 평균적으로 올려주는 환산지수 계약 방식을 폐기하는 것이 조건이다. 필수의료의 상대적 보상 수준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니, 의사들을 필수의료 분야로 가게 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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