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띄운 ‘신품질 생산성’에 푹 빠진 中 산업계… 성공 여부는 ‘글쎄’
올해 양회 등장하며 산업계 앞다퉈 도입
中 내부선 “기술 발전 속도 붙을 것” 전망
정부 주도 혁신 한계, 방법론 모호 지적도
중국 산업계에 ‘신품질 생산력’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 혁신을 앞세워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 개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 내놓은 것으로, 올해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신품질 생산력 강조로 중국 산업계의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방법론이 모호해 표어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 식음료 업계 대표 기업인 와하하 그룹의 쭝푸리 부회장은 지난 6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음료공업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시대 코드 맞추기, 신품질 생산력 실천, 업계 새 그림 만들기’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쭝 부회장은 “신품질 생산력은 과학기술 혁신 성과를 특정 산업에 적시에 적용하고, 전통 산업을 변화시키며 디지털 경제와 실물 경제의 심층 통합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는 실물 제조업의 기술 개진과 이념적 혁신은 놀라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헤이룽장성을 시찰하면서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그는 당시 한 좌담회에서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신품질 생산력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영 신화통신은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혁신에서 나오는 새로운 생산력”이라며 “지능정보 시대에 파괴적인 기술 발전을 가져와 전략적 미래 및 신흥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량의 자원을 투입하고 에너지를 다량 소모하는 기존 발전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시 주석이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는 것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산업계에 기술 자립을 독려해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 티엔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품질 생산력을 우선시하는 것은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미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올해 양회 업무보고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면서, 와하하 그룹을 비롯한 중국 전 산업계가 이를 도입할 태세다. 선완훙위안증권의 양성장 수석 경제학자는 “신품질 생산력은 새로운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며 “자본시장도 기존 개념식 투자 방식(가치투자의 반대)에서 벗어나 미래 발전 동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회사 바오강 그룹의 멍판잉 회장은 “신품질 생산력은 철강 기업의 변화와 발전의 핵심”이라며 “스마트 제조 및 디지털 개발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신품질 생산력의 등장으로 자국 산업계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처장을 역임한 이브 레테름 전 벨기에 총리의 “시 주석의 신품질 생산력과 중국식 현대화 논의는 중국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돕고 세계에 혜택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베이징일보는 일부 국유 기업이 이미 신품질 생산력 개발해 집중하고 있고, 과학기술 혁신 활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품질 생산력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열풍은 지방정부, 기업들의 ‘눈치 보기’일 가능성이 있고, 개념도 모호해 과잉 투자만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수십 년간 기술 중심의 성장 모델을 추구해 왔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엇갈려 나타났다”며 “중국은 신품질 생산력을 쉽게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중국이 이 비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불분명하고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며 “하향식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에 대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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