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 민주의 사수냐 국힘의 함락이냐…경기 최대의 승부처
김영진 “3선으로 팔달의 변화 완성할 것” vs 방문규 “공직 경험 토대로 팔달구 확 바꾸겠다”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한국 주력 반도체 산업의 요충지인 이른바 '반도체 벨트' 등 경기 남부 지역은 이번 4·10 총선에서 여야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도시나 인구 규모, 경기도청·의회 등 공공기관 소재지로 '경기도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수원은 이번 선거의 승부처로 여겨진다. 지난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5개 지역구를 석권하면서 국민의힘엔 절대 열세인 지역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영입인사들을 이곳에 전면 배치하며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고,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 등을 활용해 수성(守城)에 성공하겠다는 의지여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 시민들 눈살…"정권심판" 여론도
시사저널은 3월6일 수원 내에서도 가장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수원병 지역을 찾았다. 수원시 팔달구 전체가 수원병에 속한다. 현역 의원으로 이번에 3선에 도전하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과 여당의 영입인사인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맞붙는 곳이다. 김 의원은 현재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으로 대표적인 친명(親이재명) 인사이기도 하다. 방 전 장관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산자부 장관 임명장을 받았으나 3개월 만에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여당 후보로 총선에 투입됐다. 일각에선 수원병 선거 또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선 잇따라 두 후보 간 접전 양상이 나타났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3월1~2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영진 의원은 40.9%, 방문규 전 장관은 40.4%로 집계되며 오차범위(±4.36%포인트) 내 초접전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인방송과 인천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3~4일 역시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 지지율은 44.3%, 방 전 장관은 42.1%로 나타났다. 격차는 2.2%포인트로 역시 오차범위(±4.4%포인트) 안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원병은 대부분 원도심 지역으로 수원 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14대 국회부터 19대까지 보수정당 소속의 남평우-남경필 부자가 합쳐서 7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김영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53.94%, 21대 총선에선 53.07%로 모두 과반 득표로 당선되며 저력을 보인 바 있다.
현재의 초박빙 양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시민들 다수는 최근 벌어지는 민주당의 공천 파동을 먼저 거론했다. 행궁동에 거주한다는 4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민주당 갈등이 너무 시끄러운 것 같다. 사람(김영진 의원)이 괜찮아도 당이 저렇게 다투고 있는데 마음 놓고 찍을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팔달문 인근에서 만난 지역주민 60대 남성 A씨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화딱지가 난다. 하나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한 당에서 네 편 내 편 하고 있다. 수원에 벼르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민주당이 이번에 심판받아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년 민주당의 지역 정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렸다. 화서1동에 거주한다는 70대 여성 손아무개씨는 "(민주당이) 뭘 해줬는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주변은 다 발전하는데 여기 구도심만 낙후되는 것 같다"면서 "8년이나 했으면 이번엔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행궁동 주민 60대 남성 박아무개씨도 "경기도가 너무 민주당을 밀어주니까 경기 도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이번에 교체해야 한다는 얘길 많이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권심판론'을 거론하며 여당의 승리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존재했다. 팔달구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 B씨는 "맨날 공약만 하고 당선돼도 실현되는 게 별로 없다. 지금 정부가 선거 때 약속했던 것 중에 지켜진 게 없는데 사람들이 그걸 다 알기 때문에 이번에 (국회의원) 당선은 힘들 것"이라며 "이 정부 장관 출신이라고 하던데 책임 있는 사람인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행궁동에서 만난 30대 남성 신동훈씨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있는 이번 선거로 정권이 제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경기 남부가 보수진영으로부터 홀대받는다는 시각이 있어서 그쪽에서 당선자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저널은 3월6일 우만1동 창룡문 사거리 일대 상가 등을 돌며 인사하는 방문규 전 장관과 동행할 수 있었다. 지역 정치인으로선 신인인 방 전 장관을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낯설어하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방 전 장관은 특유의 차분한 태도로 인사를 건넨 후 "팔달구를 확 바꿔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방 전 장관은 시사저널에 "저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을 거치며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성을 쌓았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나 낙후돼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을 지역 주민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팔달,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그 진심을 알리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이라고 밝혔다.
김승원-김현준, 백혜련-홍윤오, 김준혁-이수정 대결도
격을 당하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별다른 공개 일정 없이 지역을 돌며 주민들과 직접 만나는 데 일정을 할애하고 있다. '바닥 민심'을 훑으며 진심을 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 승리로 팔달구 역사상 최초의 민주당 3선 국회의원이라는 새 역사를 이룩해 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시작한 팔달의 변화를 완성하겠다"며 "민주당이 총선 압승으로 강한 야당이 돼 반드시 윤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고 민생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수원병 외에도 일찌감치 수원갑 김현준 전 국세청장, 수원을 홍윤오 전 국회 홍보기획관, 수원정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영입인사를 투입해 민주당 현역 의원 등에게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도 수원갑과 을엔 현역인 김승원·백혜련 의원을 단수공천해 방어에 나섰고, 수원정에선 친명계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이 현역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수원무에선 민주당 현역 염태영 의원이 나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박재순 전 당협위원장과 김원재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낼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7일 수원을 전격 방문하며 험지 탈환에 나선 후보들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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