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뒤풀이가 뭐예요?"… 청년 조기축구는 끝나면 '칼퇴'

최문혁 기자 2024. 3. 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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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축구의 매력에 빠졌다. 사진은 김포시 한 축구장에서 경기 시작 전 모인 사람들의 모습. /사진=구수한씨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 아침만 되면 아저씨들이 하나둘 학교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겉으로는 달리기도 힘들어 보이는 배 나온 아저씨들이 메시처럼 공을 차며 학교 운동장을 차지했다. 이처럼 '조기 축구회'라고 불리는 축구 동호회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젊은 세대가 축구나 풋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다. 주말 아침 공을 차는 이들을 보면 연령대가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요즘 조기 축구회는 이전과 다르다. 전문 장비를 착용하거나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축구를 즐긴다. 어린시절 집안에서 축구게임을 즐기던 청춘들이 PC방과 카페를 벗어나 잔디 위에 모이고 있다. 머니S가 토요일 아침 추운 날씨에도 땀 흘리며 공을 차는 청년들을 만났다.



축구팀 넘어선 우리는 청년 커뮤니티


5년차 축구팀을 운영하는 구수한씨는 팀을 지역 청년 커뮤니티라고 소개했다. 사진은 김포시 한 축구장에서 쉬는 시간에 전술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구수한씨 제공
지난 2020년 친구들과 만든 '김골라FC'를 운영하는 5년차 단장 구수한씨(남·27)는 그의 팀을 단순한 축구팀이 아닌 지역 청년 커뮤니티라고 소개했다. '김골라FC'라는 팀 이름은 김포시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누구든 모여서 축구를 즐기자는 의미에서 지었다.

구씨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잘하는 것과는 별개였다"며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즐겁게 (공을) 찰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창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처음 팀을 만들 때 기성 동호회의 회칙을 우리 세대에 맞게 바꾸려고 노력했다"며 "금전적 여유가 없는 청년들을 위해 연회비가 아닌 월회비로 바꾸는 식으로 팀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창단 초기에는 월간 회비 방식으로 운영하면 팀이 쉽게 와해될 것을 걱정했다. 구씨는 "회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팀의 결속력을 다지고 싶었다"며 김골라를 지역 청년 커뮤니티로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축구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문화의 일부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김골라FC는 축구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김골라FC는 2022 카타르월드컵 단체관람 행사를 기획했다. 사진은 지난 2022년 11월28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 김포 지역 한 카페에 모여 응원하는 사람들. /사진=구수한씨 제공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기간에 진행한 단체 관람 행사 '비레드존'이다. 지역 커뮤니티의 장점을 살려 지역 카페와 협업해 공간을 대여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김골라FC 회원들이 나섰다. 토요일에는 축구를 즐기고 평일에는 행사를 준비했다. 각자의 본업을 살려 공간 전시, 촬영, 마케팅 등 체계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그들은 여러 스포츠 관련 기업에 후원을 받고 총 2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는 등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비레드존을 돌아보며 구씨는 "축구를 하는 것 외에 함께 보면서 즐기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지역 청년 커뮤니티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시간이기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골라FC는 K리그2 김포FC의 대학생 마케터 '골든크리에이터'를 기획해 구단에 제안하고 직접 참여한 적이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김포시 제10회 김포한강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 한국컴패션에서 진행하는 엘살바도르 소녀 지원 축구 프로그램 '소녀의 승부차기'에 단체 기부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구씨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청년 커뮤니티가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비는 국가대표 "황희찬 브라탑, 우리도 써요"


최근 아마추어 동호회에서도 첨단 장비를 적극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축구를 즐긴다. 사진은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유니폼을 벗는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황희찬(왼쪽)과 사커비 제품(오른쪽)의 모습. /사진=로이터(왼쪽), 유비스랩(오른쪽) 제공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역전골을 넣은 황희찬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며 기쁨을 표출했다. 이때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유니폼을 벗자마자 등장한 스포츠 조끼였다. 이 조끼 안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자성능추적시스템(EPTS) 장비가 있다.

김골라FC 회원 일부도 황희찬과 비슷한 조끼를 입고 경기를 뛰었다. 이처럼 최근 아마추어 동호인들 사이에서 국가대표 선수처럼 전문적인 장비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황건우 유비스랩 대표는 GPS를 활용한 웨어러블 장비를 아마추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사커비'를 만들었다. 황 대표는 "저도 미드필더로 뛴다"며 "골이라는 명확한 수치가 있는 공격수와 달리 다른 포지션은 실력을 평가할 지표를 찾기 어렵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자신을 관리하고 기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자 사커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는 IT 기술에 친숙해 사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진은 경기 중 활동량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커비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유비스랩 제공
황 대표는 축구를 즐기던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 제대로 갖춰진 구장이 많지 않은데 그마저도 대부분 기성 축구팀들이 연간 계약 형태로 점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황 대표는 "운영 노하우가 없는 젊은 세대로서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자유롭게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사커비를 비롯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축구를 즐기는 청년층이 크게 늘었다. 그는 "IT 기술에 친숙한 젊은 세대는 사커비 같은 장비를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며 "실제로 20대와 30대 초반 이용자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최근 부족한 인원을 쉽게 모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용병구함'을 출시했다. 그는 "이 앱이 회사 매출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기기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다"고 출시 이유를 밝혔다.



단체 활동은 싫지만 축구는 즐기고 싶은 청년들


팀을 이루지 않고 플랩풋볼을 통해 만난 사람과 풋살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다. 사진은 플랩풋볼을 통해 만나 풋살을 즐기는 모습. /사진=마이플레이컴퍼니 제공
젊은 세대는 단체 활동보다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동호회에 속하기보다 자유롭게 축구나 풋살을 즐기길 원한다. 최근에는 혼자서도 언제 어디서나 풋살을 즐길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늘어났다.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플랩풋볼'은 서로 모르는 개인이 모여서 손쉽게 풋살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소셜네트워크 매칭 서비스다. 플랩풋볼을 만든 강동규 마이플레이컴퍼니 대표는 "현재 월 1만 경기 정도의 소셜 매치가 진행되며 회원 수는 53만여명"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직접 동호회를 운영한 적도 있고 여러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도 했다"며 "직접 겪은 여러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플랩풋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동호회가 축구 경기를 한번 하려면 인원 구성부터 구장 예약, 상대 팀 섭외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강 대표는 축구를 더 쉽게 자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는 "동호회는 대부분 주말 오전에만 경기가 진행된다"며 "하지만 소셜 매칭에 참여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풋살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목 도모 없이 순수하게 축구만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진은 플랩풋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풋살을 즐기는 모습. /사진=마이플레이컴퍼니 제공
팀 스포츠인 풋살이나 축구를 일회성으로 하면 팀플레이가 어렵지 않냐고 묻자 강 대표는 "공을 조금 주고받으면 금방 경기에 몰입할 수 있다"며 "순수하게 풋살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 돈을 내고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스포츠 자체를 더 즐기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두 시간 동안 풋살을 즐기고 난 후 바로 헤어진다"며 "친목을 위한 추가적인 만남이 거의 없다"고 젊은 세대의 방식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실제로 다른 지역으로 출장 가서 플랩풋볼을 통해 풋살을 즐기는 사례도 있다"며 소셜 매칭의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용자들은 풋살을 다양한 시간대에 자주 즐길 수 있고 구장주들은 구장을 비워두는 오후 6시 이전 비(非)프라임 시간대에 경기가 가능해지면서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플랩풋볼 이용 비율의 약 40%가 비(非)프라임 시간대에 발생한다.

최근 아마추어 풋살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신규 구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강 대표는 많은 사람이 풋살을 즐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장주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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