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볼모 겁박과 국가 책무[뉴스와 시각]

손기은 기자 2024. 3. 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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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의사 집단행동 조짐이 일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빠르게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날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했고, 그다음 날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동시에 생명권 수호가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란 점도 강조하면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집단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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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은 정치부 차장

지난달 18일 의사 집단행동 조짐이 일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빠르게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날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했고, 그다음 날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예정된 독일·덴마크 순방 취소 사실도 이날 알렸다. 21일에는 수사 당국이 한데 모여 엄정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하고, 단계별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속 설득하되, 불법 행위는 엄정 대응한다’는 대원칙도 일찌감치 수립했다. 용산 사정에 밝은 인사는 “윤 대통령의 눈빛이 변했다. 대통령이 세세한 내용 하나하나 다 챙기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의사 집단행동을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행위로 규정했다.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 보호를 받게 돼 있다.(헌법 제36조 3항) 국민 생명·안전을 다루는 의사 집단행동은 국민 보건을 해친다. 이는 반법치·반자유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의사들의 행동이 왜 문제인지 국민에게 직관적으로 설명한 것이자, 의사 집단행동을 ‘헌법 프레임’ 안으로 가둬 안 그래도 빈약한 의사 집단행동 명분을 단번에 삭제한 것이다. 동시에 생명권 수호가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란 점도 강조하면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는 집단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절박한 대응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용산 참모들은 “이번에 물러서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말을 대통령이 자주 하신다”고 했다. 국민이 병원 이용 제약으로 인내심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목표한 의료개혁을 완수 못 하면, ‘응급실 뺑뺑이’ 등의 난맥상이 또다시 반복된다. 또, 의사 집단행동 대응 성적표가 윤 정부 남은 개혁에 고스란히 연동되는 점도 포인트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연이어 나서야 한다. 의사 대련에서 힘없이 물러나면, 남은 개혁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만난 법조계 원로는 “기득권 세력에 맞서다 힘없이 물러나는 선례를 윤 대통령이 결코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도 대통령 편이다. 병원 이용에 제약이 생기는 등 일부 불편이 있음에도, 국민 절반가량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안을 찬성하고 있다. 국민이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해 폭넓게 공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항공 관제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관제사 1만1000여 명을 전원 해고하고, 다시 연방공무원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공공성’을 볼모로 한 파업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 역시, 법 위에 군림하려는 의사집단에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된다. 차제에 국민 생명을 볼모로 겁박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이 일관되게 이뤄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민도 명분 없이 실력행사를 하는 집단에 대해 일관된 대응을 하는 정부에 넉넉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손기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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