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대리전…초접전 펼치는 김병욱 vs 김은혜 ‘재건축 대전’
김병욱은 40·50대, 김은혜는 60·70대 이상에서 우세…20·30대 ‘젊은 표심 잡기’ 경쟁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말꾼이 아닌 일꾼을 뽑아주실 거라 믿습니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 "분당의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36% vs 36%, 그야말로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초접전 양상이다. 지키려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 탈환하려는 국민의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부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한국리서치, 2월17~19일 성인 남녀 500~518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수석이 47.9%로 김 의원(41.8%)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리서치, 2월29일~3월1일 성인 남녀 503명 대상 ARS 여론조사). 전화면접과 ARS 조사에서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났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병욱, 지역구 관리 공들여…정당 지지율은 국힘이 높아
성남 분당을에서 3선을 노리는 김병욱 의원은 바닥 민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월4일 낮 12시50분 경기 분당 내정초등학교 앞, 하굣길 인사를 나온 김 의원을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내미는 주민이 많았다. "8년 전부터 팬이다"(80대 여성), "이번에도 꼭 돼야 한다"(70대 남성)며 응원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 좀 잘하세요.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70대 남성)라며 책망하는 주민도 있었다. 시사저널과 만난 김병욱 의원은 "하루에도 두 번씩 분당과 여의도를 오가며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김병욱이 잘했다고 평가하는 주민들이 제 진심과 열정을 믿고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은혜 전 수석과 대결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임기 초반에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건 처음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반성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을 탈환에 나선 김은혜 전 수석도 같은 날 분당 수내초등학교 앞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전 수석은 시사저널에 "요즘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지난 8년간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실제 보수여도 보수라고 말 못 하는 주민이 많다. 꼭 승리해서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와의 차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내동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은 "어떤 후보가 나오든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며 "(특히) 김은혜 전 수석이 분당에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특히 고연령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60대와 70대 이상에서 김 전 수석에 대한 지지율이 각각 69.6%, 79.6%로, 김 의원(24.9%, 11.6%)에 비해 크게 높았다. 40·50대에선 김 의원이 각각 57.4%, 57.2%를 얻어 김 전 수석(29.9%, 38.8%)보다 높았다.
분당을은 분당신도시 남부 지역으로, 경기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판교신도시 전체를 포함하는 분당갑과 함께 보수세가 강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이고 진보 표심이 확연히 드러날 때도 많아 '보수 텃밭'이라기보단 스윙보터 지역에 가깝다. 실제로 손학규 등 민주계열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도 김병욱 의원이 당선됐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추진 문제가 이 지역의 가장 큰 화두다. 김은혜 전 수석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자신이 최초 발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김병욱 의원은 이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주인공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건축 사업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냈다.
현역인 김 의원이 지역관리를 잘해 왔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이 12~13%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이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9%, 국민의힘 41%를 기록했다. 특히 4~5년 전부터 부동산 이슈로 보수세가 다시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56.76%, 민주당 이재명 후보 40.58%를 기록하며 16%포인트 이상 격차의 낙승을 거뒀다.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주민도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남성 A씨는 "(양당의 정책을) 더 지켜보고 찍으려 한다. 특히 교육정책 등 현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 뛰어든 분당갑도 뜨거워져…안철수, 일단 우세
옆동네인 '성남의 강남' 분당갑은 당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수성이 예상됐으나, 민주당에서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빅매치가 이뤄졌다.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하며 입성한 안철수 의원이나,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광재 전 사무총장이나 모두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잠룡들이란 점에서 또 하나의 관심 지역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개혁신당에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제3 후보로 뛰어든 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안철수 vs 이광재' 구도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는 49.8% 대 40.2%로 안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밖이다(미디어토마토, 2월25~26일 성인 남녀 512명 대상 ARS 여론조사).
3월4일 오전 10시20분 판교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안철수 의원은 "안랩이 이곳에 있다. (저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생길 때 첫 벽돌을 쌓은 사람으로서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아무 연고가 없는 분이 비명계 학살로 (분당으로) 왔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만큼 아이를 앞세워 안 의원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같은 날 저녁 6시 서현역 시계탑 앞에 퇴근길 인사를 나온 이광재 전 사무총장은 '실력은 이광재'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은 채 지역주민들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역시 인지도가 높은 이 전 사무총장에게도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시민이 많았다. 이 전 사무총장은 "안 의원과의 정책토론을 통해 누가 지역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지 검증받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분당신도시 북부 지역과 판교 신도시 전체가 포함된 분당갑은 2000년 이후 7차례 총선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보수 계열 정당이 모두 승리한 '보수 텃밭'으로 불리지만, 젊은 IT 계열 종사자가 많다는 점이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때가 있다. 실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50.1%)가 김병관(49.3%) 민주당 후보를 불과 0.8%포인트 차로 제치고 신승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다시 보수색이 짙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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