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대리전…초접전 펼치는 김병욱 vs 김은혜 ‘재건축 대전’

박나영 기자 2024. 3. 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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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수도권 ‘5대 격전지’를 가다] 경기 성남 분당을
김병욱은 40·50대, 김은혜는 60·70대 이상에서 우세…20·30대 ‘젊은 표심 잡기’ 경쟁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말꾼이 아닌 일꾼을 뽑아주실 거라 믿습니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 "분당의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36% vs 36%, 그야말로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초접전 양상이다. 지키려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과 탈환하려는 국민의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부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한국리서치, 2월17~19일 성인 남녀 500~518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수석이 47.9%로 김 의원(41.8%)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리서치, 2월29일~3월1일 성인 남녀 503명 대상 ARS 여론조사). 전화면접과 ARS 조사에서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났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 초박빙 양상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월4일 경기 성남시 내정초등학교 앞에서 김병욱 분당을 민주당 후보(왼쪽 사진)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시사저널 박정훈,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제공

김병욱, 지역구 관리 공들여…정당 지지율은 국힘이 높아

성남 분당을에서 3선을 노리는 김병욱 의원은 바닥 민심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월4일 낮 12시50분 경기 분당 내정초등학교 앞, 하굣길 인사를 나온 김 의원을 알아보고 반갑게 손을 내미는 주민이 많았다. "8년 전부터 팬이다"(80대 여성), "이번에도 꼭 돼야 한다"(70대 남성)며 응원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민주당 좀 잘하세요.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70대 남성)라며 책망하는 주민도 있었다. 시사저널과 만난 김병욱 의원은 "하루에도 두 번씩 분당과 여의도를 오가며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김병욱이 잘했다고 평가하는 주민들이 제 진심과 열정을 믿고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은혜 전 수석과 대결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임기 초반에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건 처음이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서 반성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을 탈환에 나선 김은혜 전 수석도 같은 날 분당 수내초등학교 앞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전 수석은 시사저널에 "요즘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지난 8년간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실제 보수여도 보수라고 말 못 하는 주민이 많다. 꼭 승리해서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와의 차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내동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은 "어떤 후보가 나오든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며 "(특히) 김은혜 전 수석이 분당에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특히 고연령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60대와 70대 이상에서 김 전 수석에 대한 지지율이 각각 69.6%, 79.6%로, 김 의원(24.9%, 11.6%)에 비해 크게 높았다. 40·50대에선 김 의원이 각각 57.4%, 57.2%를 얻어 김 전 수석(29.9%, 38.8%)보다 높았다.

분당을은 분당신도시 남부 지역으로, 경기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판교신도시 전체를 포함하는 분당갑과 함께 보수세가 강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이고 진보 표심이 확연히 드러날 때도 많아 '보수 텃밭'이라기보단 스윙보터 지역에 가깝다. 실제로 손학규 등 민주계열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도 김병욱 의원이 당선됐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추진 문제가 이 지역의 가장 큰 화두다. 김은혜 전 수석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자신이 최초 발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김병욱 의원은 이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주인공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건축 사업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냈다.  

현역인 김 의원이 지역관리를 잘해 왔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이 12~13%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이 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9%, 국민의힘 41%를 기록했다. 특히 4~5년 전부터 부동산 이슈로 보수세가 다시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56.76%, 민주당 이재명 후보 40.58%를 기록하며 16%포인트 이상 격차의 낙승을 거뒀다.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주민도 많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남성 A씨는 "(양당의 정책을) 더 지켜보고 찍으려 한다. 특히 교육정책 등 현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4일 경기 성남시 분당갑 지역구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이광재 뛰어든 분당갑도 뜨거워져…안철수, 일단 우세 

옆동네인 '성남의 강남' 분당갑은 당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수성이 예상됐으나, 민주당에서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빅매치가 이뤄졌다.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하며 입성한 안철수 의원이나,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광재 전 사무총장이나 모두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잠룡들이란 점에서 또 하나의 관심 지역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개혁신당에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제3 후보로 뛰어든 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안철수 vs 이광재' 구도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는 49.8% 대 40.2%로 안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밖이다(미디어토마토, 2월25~26일 성인 남녀 512명 대상 ARS 여론조사).

3월4일 오전 10시20분 판교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안철수 의원은 "안랩이 이곳에 있다. (저는) 판교테크노밸리가 생길 때 첫 벽돌을 쌓은 사람으로서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 아무 연고가 없는 분이 비명계 학살로 (분당으로) 왔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만큼 아이를 앞세워 안 의원과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같은 날 저녁 6시 서현역 시계탑 앞에 퇴근길 인사를 나온 이광재 전 사무총장은 '실력은 이광재'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은 채 지역주민들에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역시 인지도가 높은 이 전 사무총장에게도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시민이 많았다. 이 전 사무총장은 "안 의원과의 정책토론을 통해 누가 지역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지 검증받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분당신도시 북부 지역과 판교 신도시 전체가 포함된 분당갑은 2000년 이후 7차례 총선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보수 계열 정당이 모두 승리한 '보수 텃밭'으로 불리지만, 젊은 IT 계열 종사자가 많다는 점이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때가 있다. 실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50.1%)가 김병관(49.3%) 민주당 후보를 불과 0.8%포인트 차로 제치고 신승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다시 보수색이 짙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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