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콰[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3.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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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 '불콰'라는 단어를 처음 만나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 단어는 보통 '불콰하다'와 같이 쓰이니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콰'가 들어가는 고유어는 이 단어와 의성어 '콰르릉'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술 한 방울도 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불콰'가 아닌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까지 띨 수 있는 정도라면 약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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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 ‘불콰’라는 단어를 처음 만나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 단어는 보통 ‘불콰하다’와 같이 쓰이니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콰’가 들어가는 고유어는 이 단어와 의성어 ‘콰르릉’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불콰하다’는 고유어로서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는 뜻이다.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단어는 술, 그리고 색깔을 나타내는 ‘붉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술이 몸에 들어가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얼굴이나 몸을 붉게 만드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이 낮은 사람들은 유독 얼굴이 붉어 술을 혼자 다 마신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데 이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불콰하다’란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불콰하다’와 형태적으로 너무도 비슷한 단어로 ‘불쾌하다’가 있다. 이 단어는 한자어 ‘不快’에 기원을 두고 있으니 ‘불콰하다’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불콰함의 근원인 술은 불쾌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콰해질 때까지 마신 술의 냄새, 불콰한 얼굴로 떠들어대는 소리 등은 자리를 같이한 사람들끼리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이 새하얀 얼굴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창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혈색이 좋아 불그레한 얼굴은 건강의 표시이기도 하다. ‘불그레’의 모음을 살짝 바꾼 ‘발그레’는 귀여운 소년소녀나 예쁜 여자의 얼굴, 더 나아가 수줍은 듯 띠우는 미소와 함께 쓰인다. 의사들은 술 한 방울도 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불콰’가 아닌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까지 띨 수 있는 정도라면 약일 수도 있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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