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사비 증액’ 곳곳 파열음

2024. 3. 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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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KT에 추가 171억 요구 집회
현대, 롯데쇼핑 상대 분쟁조정 신청
업계관행 ‘물가변동배제특약’ 족쇄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이 경기도 성남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시공사와 발주처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시공사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계약 체결 당시 책정된 비용으로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 체결 당시 관행적으로 적용했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족쇄가 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직원들은 이달 중순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추가 공사비 171억원 지급을 요구할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작년 7월부터 KT에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그럼에도 5개월째 협상에 진척이 없자 또 다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공사비 967억원으로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직후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설 인건비가 치솟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시멘트·철근 등 주요 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이로 인해 추가 공사비 171억원이 발생해 손실이 커지자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발주처인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내세워 추가 공사비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 금액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건설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적용해왔던 특약이지만, 공사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시공사와 발주처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공사비 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자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마쳤지만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현재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조정 결과가 나와도 법적 효력이 없어 발주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도 지난 1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시행사인 롯데쇼핑을 상대로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광주 광산구 ‘쌍암동주상복합신축공사’와 관련해 14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계약체결 이후 불가피한 이유로 공사비가 치솟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공사비 증액분 일부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롯데쇼핑은 2019년 9월 광주 광산구 ‘쌍암동주상복합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지하 6층~지상 39층, 아파트 315가구, 영화관 5개, 판매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오는 4월 준공 예정이며 공정률은 96%다. 계약 체결 당시 현대건설 컨소시엄와 롯데쇼핑은 총 공사비로 1380억원에 합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전문가 보고서를 포함한 공문을 4회 보내며 공사비 증액을 호소했다. 건설공사비 지수가 계약 체결 당시인 2019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상승했는데,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ESC) 12%를 제외한 나머지 18%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민간 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개정했다. 공사비 갈등 원인으로 지목된 물가 변동 기준을 ‘품목조정률’(품목별 변동금액 합산) 또는 ‘지수조정률’(국가 통계지수 활용) 방식으로 명시하고 조정금액 산출 방법을 구체화했다. 건설분쟁 해결 방식도 계약 때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표준도급계약서는 권고 사항이라 강제성이 없어 여전히 발주처 승인 없이는 공사비 조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박로명 기자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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