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권도형 미국行···'테라·루나' 주범 전원 한국서 재판 받나

몬테네그로 고등법원 재심리 결과 한국행 결정
"美, 하루 빨랐지만 범죄인 인도요청서 미첨부"
법무부 장관 승인 시 23일 전 한국行 예상

지난해 5월 11일(현지 시간) 몬테네그로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경찰에 이송되고 있다.EPA연합뉴스

[서울경제]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행에 대한 뜻을 내비쳐온 현지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만 넘긴다면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전원이 한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 시간) 일간지 비예스티 보도에 따르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재심리 결과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는 앞서 5일 상위 법원인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의 미국행 결정을 무효로 한 데 따른 결과다.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 공문에는 권씨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있어 이를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의 공문은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첨부돼 있었다.

몬테네그로 고등법원 대변인은 "권씨의 변호인단이나 포드고리차 고등검찰청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씨와 함께 붙잡혔던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달 한국 송환 결정 후 일주일 내로 귀국한 바 있다.

다만 관건은 최종 승인 권한을 가진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다. 그간 밀로비치 장관은 권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에 무게를 둬왔다. 만약 밀로비치 장관이 사법부의 결정을 최종 승인할 경우 권씨는 위조여권 관련 징역이 끝나는 22일 전 호송관들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달 5일 남부지검 측은 "핵심 인물인 권도형 없이 테라·루나 재판을 진행할 경우 차질이 없겠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미 권씨 없이도 기소가 진행됐고 관련자들의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남부지검 관계자는 “현재 권씨 변호인 측이 항소해서 심리가 진행 중이므로 아직 권씨가 한국에 못 온다고 확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면서 "법무부 국제인사과 등에서 국내 송환 위해 계속 노력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