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지지 않았다" 국민타자의 고뇌…왜 '국보 인증' 좌완 대체자 아직일까

김민경 기자 2024. 3. 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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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용 ⓒ 두산 베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면서 여전히 4, 5선발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5일까지 호주 시드니 1차 캠프와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를 진행하면서 시즌 구상을 70~80% 정도 마쳤는데,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선발 로테이션에 여전히 구멍 2개가 나 있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2선발 브랜든 와델-3선발 곽빈까지는 최소 30승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데 국내 선발투수 2자리가 계속 고민이다.

사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일찍이 좌완 최승용에게 4선발을 맡기기로 마음을 굳혔다. 최승용의 후반기 페이스가 15경기, 1승, 1세이브, 47⅓이닝, 평균자책점 1.90으로 워낙 좋았다. 시즌 중반 대체 선발투수 자리에서 밀려 불펜으로 나섰고, 그러다 밸런스를 찾으면서 후반기 상승세로 이어졌다.

두산은 황금기를 이끈 유희관과 장원준이 은퇴한 뒤로 좌완 에이스 갈증을 느끼기도 했기에 최승용을 선발투수로 제대로 키워보고자 했다. 최승용은 '국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너한테는 진짜 해 줄 말이 없다"고 칭찬을 받았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건이기도 했다. 최승용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 등번호 64번에서 장원준의 등번호였던 29번으로 바꾸면서 두산의 새 좌완 에이스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았다. 최승용은 시즌을 마치자마자 구단에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왼쪽 팔꿈치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한번 더 병원 검진을 받았으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고 재활에만 집중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일본 미야코지마 2군 스프링캠프도 가지 않고 한국에서 머물면서 건강하게 몸 관리를 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당연히 개막 엔트리 합류도 어렵다. 오는 23일 개막인데, 이르면 4월 합류를 예상하고 있다. 1군에 와도 올해는 불펜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스프링캠프를 하면서 충분히 몸을 만들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에 바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7일 최승용의 몸 상태와 관련해 "다음 주에 다시 한번 병원 검진을 받고 확인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서 투구 스케줄을 짜려고 한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 공 던지는 것을 제외한 훈련은 다 하고 있고,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어스 최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이영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동주 ⓒ 두산 베어스

스프링캠프 동안 확인한선발투수층 자체는 매우 두꺼웠다. 이영하, 최원준, 김동주, 박신지, 김유성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34일 동안 이 감독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준 선수는 없었다.

한때 에이스 수식어를 달았을 정도로 선발 경험이 풍부한 이영하와 최원준은 겨우내 개인 훈련을 진행하면서 부활을 노래했다. 이영하는 지난 1월 일본 미야자키에 있는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시설에서 진행한 미니캠프에 참가했다. 일본 투수들의 루틴과 투구를 지켜보며 기본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최원준은 올해 팀에 다시 합류한 조웅천 투수코치와 마무리캠프에서 일대일 훈련을 진행하면서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같은 사이드암 출신인 조 코치는 본인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했고, 최원준은 선발투수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연습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는 이영하와 최원준 모두 당장 합격점을 받을 만한 투구를 펼치진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올겨울 변화를 시도했고, 변화가 무르익으려면 당연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 감독이 "시범경기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을 보류한 이유다. 김동주와 박신지, 김유성 등 젊은 투수들도 연습 경기 기간 까다로운 일본 타자들을 상대하긴 했으나 이 감독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는 데는 실패했다.

이 감독은 결국 조금 더 후보군을 살펴본 뒤에 4, 5선발을 확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발로 시즌을 맞이하려면 투구 수를 충분히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범경기 초반에 가능한 4, 5선발을 결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치 않으면 후보군에 있는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선수부터 기용하면서 그때그때 교체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가려면 보직을 일찍 확정하는 게 좋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동안 선발투수 옥석 가리기에 신경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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