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남성, 고양이를 세탁기에…” 반려동물까지 번진 여성폭력

오세진 기자 2024. 3. 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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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3년 분노의 게이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19시간마다 여성 1명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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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2023년 언론보도 분석
지난해 여성 138명, 남편·애인 등에 살해

살인미수 포함 449명…19시간에 1명 피해
2019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 페미사이드(Femicide) 규탄 시위에서 가면을 쓴 시민들이 여성 혐오적 범죄를 규탄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연합뉴스

지난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3년 분노의 게이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 한해동안 언론에 보도된 남성 배우자나 애인에 의한 여성살해(미수 포함) 사건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친밀한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다. 살인이 미수에 그쳐 살아남은 여성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최소 449명까지 늘어난다. 19시간마다 여성 1명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여성의전화는 특히 이번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따로 분류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에게 저지른 살해 행위(미수 포함)도 집계했다. 피해자 주변인 피해 사례 119건 중 가해자가 반려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가 19.3%(23건)를 차지했다. 여성의전화는 “가해자가 피해자 눈앞에서 피해자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피해자가 키우는 고양이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한 사례 등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범죄에서 반려동물 피해는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가해자 처벌이 미약하다”며 “피해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살해 뿐만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의전화가 공개한 ‘2023년 상담통계’를 보면, 여성의전화가 운영하는 전국 21개 상담소에서 지난해 진행한 상담 중 여성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은 총 5981건이다. 이를 폭력 피해 유형별로 봤더니, 가정폭력 비율이 57.9%(34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45.5%(2721건), 스토킹 10.5%(628건), 교제폭력 10.1%(604건)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 유형으로 분석했을 때 ‘친밀한 관계’(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및 교제 상대) 내에서 발생한 폭력이 과반을 넘는 50.8%(3039건)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친족(부모, 자녀, 친척 등)이 가해자인 비율은 17.5%(1045건), 직장 관계자가 가해자인 비율은 8.3%(496건)였다.

또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한 폭력(3039건) 발생 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은 사례는 1797건(59.1%)이었다. 2차 가해 행위자(중복응답) 중 피해자 가족·주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35.7%로 가장 높았고, 가해자 가족·주변인(30.6%)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집단은 경찰(23.0%)이다.

여성의전화는 “매년 수백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위협받는 현실에도 사회구조적 문제는 없다며 여성폭력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 정책 기조 속에서 성평등 정책은 퇴보하고 있다”며 “여성폭력 본질과 실태에 기반한 대책 마련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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