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가는 날, 30대 엄마 뇌사…5명 살리고 '하늘 여행'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성빈센트병원에서 원인애(36)씨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며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원인애씨가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왼쪽), 원씨 본인사진(원씨 가족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날 쓰러진 3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성빈센트병원에서 원인애 씨(36)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며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원 씨는 10년 전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16일 집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원 씨가 쓰러진 날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원 씨는 집안일을 하고 원 씨 남편이 자녀들과 키즈카페에 갔었다.

집에 쓰러져 있던 원 씨는 키즈카페에서 돌아온 남편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원 씨 가족은 누워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동의했다.

원 씨 가족에 따르면 경북 구미에서 2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원 씨는 내향적이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즐겨하며 건강을 챙겼고, 드라이브와 꽃구경을 좋아했다.

원 씨 남편 조성현 씨는 아내를 떠나보내며 "함께 해줘서 고맙고, 우리 윤재, 윤호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내가 우리 애들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조 씨는 또 "매일 생각하며 살 순 없겠지만, 항상 마음속에 자기 이름 새기면서 살아갈 테니 하늘에서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라고 전하며 울음을 삼켰다.

조 씨는 "아이를 사랑했던 평범한 어머니의 특별한 생명 나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이식 대기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드리고 그 가족에도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