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한달, 뒤집히는 서울 판세…수도권이 심상찮다
與 ‘한동훈 효과’ 野 ‘공천 파동’ 政 ‘의사 증원’…여론 급반전
정당 지지율, 국힘 40% vs 민주 33%…서울은 국힘 43% vs 민주 26%로 더 벌어져
인천·경기는 국힘 33% vs 민주 39%…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두세 달 만에 총선 판세가 확 뒤집혔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어느새 바뀌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정권심판론'은 이번 4·10 총선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핵심 구도였다. 총선의 주된 성격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 심판'이었고, 윤 대통령은 30%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이 증명하듯 '심판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선거 구도가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한다. "여론조사 기류를 보면 정권심판론이 '약화'되고, 국정안정론이 '상승'하고 있다."(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 "이재명 대 한동훈, 미래권력 대 미래권력이 맞붙다 보니 (정권심판론이라는)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 많이 희석됐다."(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국민의힘은 아주 절망적이었다가 '해볼 만하다' 이렇게 말하고 있고, 180석 말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러다 지는 것 아니냐'고 한다. 확실히 (판세가) 좀 달라졌다."(박성민 정치 컨설턴트)
정권심판론 약해지고, 尹 대통령-與 지지율 동반상승
여론의 반전은 극적이다. 작년 말까지 '정권심판론'이라는 구도는 단단했다. 한국갤럽 기준 '정부견제론(야당 다수 당선)'은 지난해 10월 2주 차(10~12일) 48%로 '정부지원론(여당 다수 당선)' 39%를 앞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한 직후인 올해 1월 2주 차(9~11일) 조사에서도 '정부견제론'은 51%로 '정부지원론' 35%를 웃돌았다. 당시 민주당은 원내 제1당과 과반 의석 차지에 자신만만함을 표했다. 제1야당 우세로 확실히 기울었던 판세의 추는 최근 팽팽하게 뒤바뀌었다. 2월 5주 차(27~29일) 조사에서 '여당 다수 당선 희망'은 38%, '제1야당 다수 당선 희망'은 35%, '제3지대 다수 당선 희망' 16%로 나타났다.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의 차이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분명한 여론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작년 추석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팽팽하게 경합하는 모습이었다. 한쪽이 오차범위 이상의 격차로 상대를 따돌린 적이 없었다. 그러던 흐름이 2월말에 바뀌었다. 2월 5주 차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40%로 민주당(33%)을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도가 40%에 육박한 것은 작년 3월 1주 차(39%) 이후 1년여 만이다. 같은 시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3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40%에 육박하기는 거의 8개월 만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여론의 흐름은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평가받는 수도권 민심의 변화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의석 254석(선거구 조정으로 지역구 1석 증가) 중 122석(48%)이 달려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싹쓸이(서울 41석, 경기 51석, 인천 11석)하며 과반 의석의 기반을 마련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6석(서울 8석, 경기 7석, 인천 1석)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수도권 지역구에서 양당의 의석 비율은 8.5 대 1.5에 달했다.
4년 전 야도(野都)였던 서울 여론의 변화가 최근 심상치 않다. 2월 5주 차 조사에서 40% 대 33%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서울에서는 43% 대 26%로 훨씬 더 크게 벌어진다. 반면 인천·경기는 33% 대 39%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 우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8% 대 35%로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된 '여당 다수 당선론'과 '야당 다수 당선론'도 서울에서는 41% 대 28%로 오차범위 밖 여당 우세로 벌어진다. 역시 인천·경기는 32% 대 42%로 민주당 우위다. 이런 서울의 여론 흐름 역시 극적이다. 불과 1월 2주 차 조사에서는 '여당 다수 당선론'과 '야당 다수 당선론'은 35% 대 51%였고, 서울에서도 35% 대 49%로 전국 지표와 대동소이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런데 한 달 보름여 만에 서울이 뒤집어진 것이다.
공천 파동 민주당, '김건희 디올백' 등 공략 못해
이런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연합뉴스와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의 3월2~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총선이라면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33%,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6%를 각각 기록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25~27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후보는 35%, 민주당 후보는 33%를 각각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이 질문에 국민의힘 37%, 민주당 29%라는 응답이 나왔다. 인천·경기는 국민의힘 31%, 민주당 37%였다.
여론의 급반전은 왜 나타났을까. 여의도 정치권과 정치 전문가들은 크게 ①한동훈 효과(정권심판론 희석 효과) ②민주당의 공천 내홍(여당의 비교 우위 효과) ③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정책(민생 이슈 선점 효과) 등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다. 이 세 가지 이유는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구도를 바꾸고(정권심판론 약화),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동반상승), 결과적으로 판세를 뒤집고 있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 지금의 구도와 바람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 정치사에서 선거를 앞둔 한 달은 1년과도 같다. 만리장성을 쌓을 수도, 허물 수도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사저널이 최근 여론조사의 핵심 지표와 함께 수도권의 핵심 격전지 5곳을 직접 찾아 바닥 민심을 살피는 동시에 주요 후보들을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선을 지배하던 절대 구도인 정권심판론이 흐릿해지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 등장과 민주당의 공천 내홍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초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선 연장전 구도가 한동훈 위원장의 등장으로 '한동훈 대 이재명'의 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희석됐다는 설명이다. 한 위원장이 '운동권 청산론'과 '전임정부 책임론' 등을 내세워 심판론 논쟁에서 윤 대통령의 존재감을 엷게 한 점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정한울 원장)도 나온다. 미래권력 대 미래권력이 맞붙으면서 회고적 투표 성향을 갖는 총선의 성격이 바뀌게 됐다는 풀이도 있다.
한동훈 위원장도 자신의 등판 이후 총선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최근 한 위원장이 발신하는 메시지는 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다. 최근에는 계속 이 대표에게 TV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이 대표와의 대결 구도를 유지·강화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사실상 은둔 상태로 머물면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관리되고 있는 점도 여권 입장에서는 득점 포인트다.
내홍을 빚은 민주당의 공천 논란도 여당에는 두 가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공천·경선 과정에서 극심한 계파 갈등을 연출하면서 국민의힘이 진행한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은 "잡음이 적다"는 평가 자체만으로 비교 우위에 섰다.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다. 또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만약 민주당의 공천이 달랐다면 상대적으로 여당의 공천은 '쇄신도 감동도 없는 공천'이라는 비판에 내몰릴 수 있었지만, 적전분열로 한동훈 위원장의 공천은 상대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국민에게 받았다. 연합뉴스가 3월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공천은 어느 당이 더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34%, 민주당은 23%로 나타났다.
"윤석열·한동훈, 역할 분담으로 '지역·경제 이슈' 장악"
공천 과정이 진행된 지난 한 달여 동안 언론의 관심이 민주당 공천 논란에 상대적으로 더 몰리면서 그간 윤 대통령의 실정이 가려진 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출국 나흘 전에 전격 연기한 것이나 KBS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점 등은 야권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공격 포인트였는데 민주당이 공천 악재에 내몰리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나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의사 정원 확대'와 같은 민생 이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국민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사안이니만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영향을 미친 건 명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의대 정원 확대(21%) 추진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역·경제와 정치 이슈를 나눠 '전담 마크'하는 역할 분담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원장은 "정치권과 언론은 중앙정치 이슈에만 집중하지만, 총선에서는 '중앙 차원-정치' 이슈 축과 '지역개발-경제' 이슈 축이 함께 작동한다. 정부·여당이 이 부분에서 야당을 앞서고 있다. '지역-경제' 축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지역경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금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명분으로 전국 곳곳을 돌며 정부 정책을 발표해 관권선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른바 '집권당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최병천 소장)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처럼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야당이 효과적으로 이슈화하지 못했다.
역대 총선에서 반전 드라마는 항상 등장했다. 2016년 정세균의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20대 총선에서 종로에 나선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졌지만, 실제 결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압승했다. 여론조사 수치가 잡아내지 못하는 바닥 민심과 인물 경쟁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그게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과연 4·10 총선에서의 드라마는 누가, 어떻게 쓰게 될까. 결국 답은 현장에, 후보에게 있다. 시사저널이 현장에서 민심을 듣고, 후보를 만나 비전을 들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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