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조언할 게 없다"지만, 문동주는 벌써 '서당개 모드'... 루틴부터 제구-운영까지 "다 배우고 싶어요"
결과는 무승부에 가까웠다. 결과만으로 보면 문동주의 판정승이었지만 내용은 류현진이 더 좋았다. 문동주는 "내가 졌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하나를 배웠다.
류현진과 문동주는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홈팀과 어웨이팀의 선발 투수로 맞대결을 벌였다. 류현진은 3이닝 46구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문동주는 3이닝 53구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압권이었다. 정은원과 김태연은 류현진의 코너를 찌르는 속구에 방망이도 내보지 못하고 루킹삼진으로 물러났고 백전노장 김강민은 류현진의 예리한 커터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속구를 절반인 23구, 커터는 4구(평균 137㎞),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슬로우 커브(평균 112㎞)는 10구, 체인지업(평균 125㎞)은 9구를 뿌렸다.
처음으로 로봇심판,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경험했지만 '제구의 달인'답게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투구 판정에 아쉬움도 나타냈는데 "어떻게 보면 판정 받을 만한 공이었는데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 하나 빼고는 거의 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게 콜이 올라갔다"며 좌우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선 "딱히 모르겠다. 넓게 느껴지진 않았다. 스트라이크 받을 만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작년에 다소 아쉬움을 보였던 커터도 잘 통했다. 류현진은 "몇 개 빠지는 것도 있었는데 모든 구종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불펜에 가서도 똑같이 연습하면서 수월하게 가고 있다"며 "특별한 건 없다. 힘이 괜찮고 경쟁력 있을 때 온 것 같아서 스스로는 만족한다"고 미소지었다.
채은성에게 2루타를 맞았고 바운드 공이 된 변화구에 포수 최재훈이 공 위치를 순간 잊어버렸고 그 사이 3루 진루를 허용했다. 이재원의 중견수 뜬공 때 1점을 내줬다. 결과적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결과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였는데 류현진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며 이닝을 마쳤다.
오히려 결과가 좋은 건 문동주였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문동주는 경기 후 "만족스럽진 않았다. 영광스런 기회가 주어졌는데 부족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날씨도 추웠는데 (류)현진 선배님은 잘 던져서 날씨 핑계는 댈 수 없었다"며 "피칭 내용으로 봤을 땐 제가 졌다. 이런 경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 속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도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동주는 조금 별로였다.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추운 날씨 탓이었을 수 있지만 최 감독은 "캠프 때는 롯데 자이언츠전 때 딛는 발이 미끄러워서 강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며 "오늘은 그런 건 아닐텐데 던지는 게 썩 정상 컨디션 같아 보이지 않았다. 구위도 제구도 점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날씨가 아직 많이 추웠다. 앞으로 계속 그러면 걱정하겠지만 (지금은) 크게 걱정은 안한다"며 "작년에 비해 페이스가 느린 건 사실이다.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준비 잘하면 될 것 같다.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즌 전에 이런 모습이 나와서 고무적"이라며 "개막해서 이런 모습이 나왔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시즌 전이고 한 번 더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무대였다"고 털어놨다.
류현진도 문동주에 대해 관심이 많다. 메이저리그의 다년 계약도 뿌리치고 건강한 몸으로 한화로 돌아오는 것에 중점을 뒀던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한화와 8년 170억원에 국내 역대 최고 계약을 맺었다. 바로 다음날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류현진은 문동주에 대해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진다. 조언해줄 부분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경기적인 부분에서 해줄 말이 있을 것 같다"며 "워낙 갖고 있는 게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능력적으로는) 조언해 줄 부분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다소 아쉬운 투구를 펼쳤음에도 류현진의 생각은 비슷했다. 그는 "작년에도 (투구를) 봤다. 재능이 많다. 해줄 수 있는 말은 '몸 관리만 잘하라'는 것이다. 그 이상, 던지는 것에 대해 조언할 건 많이 없다. 몸 관리만 잘하면 알아서 잘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 4일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문동주는 "방에 찾아가서 여쭤본 적은 없다"면서도 "엊그제 연습경기할 때 경기 상황에 맞는 대화를 많이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맞붙어본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끼고 배웠다. 경기 전 나란히 서서 불펜 피칭을 했는데 문동주는 "나는 현진 선배님 쪽이 아니라 벽 쪽을 보고 있어서 제대로는 던지시는 걸 보지 못했다"면서도 "옆에서 (최)재훈 선배님이 잡는 걸 봤는데 다 스트라이크로만 들어가더라. 의식이 됐다. 마운드에서 실제로 본건 처음이어서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감탄했다.
벌써부터 '서당개 모드'를 가동하고 있다. 문동주가 감명깊게 본 건 선발 등판에 준비하는 류현진의 루틴이었다. 문동주는 "선발 등판하는 날에 경기 준비하는 게 (내가 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며 "워낙 몸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기대 속 한화에 입단한 문동주는 첫 시즌 험난한 적응기를 거쳤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ERA) 3.72로 맹활약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류현진 이후 무려 17년 만에 나온 한화 출신 신인왕이었다.
나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문제까지 해결했다. 류현진과 함께 향후 한화의 가을야구, 우승까지도 이끌 수 있는 핵심 전력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층 더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으나 올해 시작은 다소 아쉬웠다.
문동주도 더 발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겨우내 미국을 찾아 훈련했다. 그는 "공 던지는 것보다는 한 시즌을 잘 치렀고 내 몸을 알아가고 싶어서 트레이닝을 했다"며 "몸에 대해 잘 알았고 훈련하는데 있어 생각도 확실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류현진을 보고 많은 걸 깨달은 문동주는 더 가파른 성장세에 계기가 될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오는 17일과 18일 펼쳐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스페셜 매치에 팀 코리아 대표 선수로 발탁이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문동주는 "너무 기대가 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경기를 하는 게 언제 찾아올까'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기회가 왔을 때 나라는 선수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만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상대해보고 싶은데 만약 오타니가 아니더라도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선수들이 많이 온다. 많은 타자들과 공격적으로 상대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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