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차별 아냐?...'김민재에겐 습관성 비난' 獨 언론, 다이어는 칭찬 세례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지시하고 노력해"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김민재에게는 차가웠던 독일 언론이 에릭 다이어에게는 따스한 칭찬만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의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은 7일(한국시각) '바이에른 뮌헨의 놀라운 승자'라며 다이어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은 '바이에른은 최근 몇 주 동안 혼란스러웠지만, 긍적적인 세부 사항도 있었다. 수비 부문에서 놀라운 승자가 나타났다. 다이어의 이적은 당시 바이에른에 보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연했다. 그는 이제 해리 케인의 좋은 친구 그 이상이며, 단순한 백업 선수 그 이상이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다이어는 수비에서 소통한다. 그는 이미 올 시즌 토트넘에서의 경기보다 바이에른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적응이 오랜 시간 걸리지 않았다. 토마스 투헬은 다이어에 대한 신뢰가 워낙 커서 중앙 수비수로 그를 기용해 출전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경합에 강하며 실수 없이 일을 수행한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다른 동료들에 비해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를 조직화하는 지시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는 최근 출전한 경기들에서 더리흐트나 김민재를 향해 계속해서 손을 뻗으며 자리를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독일 언론은 이런 모습이 의사소통 능력이라며 칭찬했다. 김민재도 시즌 초반 동료들에게 자리를 지시하고, 소통하여 자리를 잡는 모습이 있었지만, 당시 특별한 칭찬은 없었다.
독일의 SPOX도 다이어를 칭찬했다. SPOX는 '다이어는 한 분야에서 분데스리가 모든 수비수보다 뛰어나다'라며 '다이어는 더리흐트와 듀오로 조화를 이뤘다. 두 선수 구성에서 바이에른은 모두 승리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500분 이상 출전한 선수 중 상대 선수에게 드리블을 허용하지 않은 유일한 선수다'라고 감탄했다. 이 점이 다이어의 훌륭한 수비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다이어는 바이에른에서 출전한 경기에서 수비수로서 적극적인 경합 대신 뒤로 물러나는 수비와 느린 커버로 애초에 경합과 드리블 돌파를 허용할 경합 상황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독일 언론의 다이어 밀어주기는 김민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독일 언론은 김민재가 올 시즌 전반기 내내 다른 수비수들의 부상에도 팀 수비진을 지키며 헌신했지만, 그간 거의 혹평을 쏟아냈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바이에른 수비의 핵심이다. 이미 기량은 지난 시즌에도 입증됐다. 나폴리에서 합류한 이후 특별한 적응 기간도 없이 바이에른 수비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승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나폴리가 1989~1090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다.
김민재가 나폴리에서 보여준 활약상과 성과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그가 월드 클래스 수비수로 등극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처음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으로 여겨졌으나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23년 세계 최고의 남자 축구선수 100인'을 선정할 때 김민재 이름을 포함했다. 매년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 안에 이름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인 김민재는 첫 순위 선정에서 37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바이에른에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기량이 아닌 경기 소화량이 전반기에 발목을 잡았다. 준수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기 소화량으로 인한 체력 문제 등이 발생하며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었다. 당초 바이에른 계획에 김민재의 혹사가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테이스 더리흐트, 다욧 우파메카노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김민재가 주전 라인업에서 빠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계속된 풀타임 소화에 김민재도 리그 경기 도중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었다. 지난 하이덴하임전에서는 후반에 체력 저하를 보이며 연달아 실수를 범해 팀 실점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경기 막판 체력 문제를 보이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겨우 2주간의 휴식을 취했다. 코펜하겐전을 앞두고 김민재는 엉덩이 타박상 문제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독일 매체 빌트는 '김민재는 이미 월요일 훈련에 불참했다. 그는 다가오는 코펜하겐전 출전이 불투명하다'라며 김민재가 훈련에 이어 경기에도 나서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투헬도 명단 제외를 결정했다. 이후 갑작스럽게 독일을 덮친 폭설로 바이에른과 우니온 베를린의 경기가 연기되며 추가 휴식을 취했고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추가 휴식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김민재는 지난 리그 경기 중 하나인 RB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도 추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후 고전하는 등 올 시즌 경기를 계속 뛸 때보다 추가 휴식 이후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 프랑크푸르트전에서도 긴 휴식이 경기력 부분에서 발목을 잡았다.
다만 맨유전부터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결국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공격포인트까지 기록하며 다시금 자신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켰다. 맨유전에선 경기 내내 라스무스 회이룬, 안토니의 돌파를 철저히 차단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패스 성공 83회, 태클 성공 1회, 클리어링 2회, 공 소유권 회복 5회 등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프랑크푸르트전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특히 맨유 공격수들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김민재에게 평점 7,2점을 부여했다. 팀 내에서 높은 평점은 아니었지만, 마즈라위, 고레츠카, 무시알라, 사네 등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하며 평균 정도의 활약을 펼쳤음을 인정받았다. 소파 스코어도 김민재에게 7.1점을 부여했는데, 이는 결승돌을 도운 케인, 결승골 주인공 코망, 키미히, 우파메카노에 이어 팀 5위에 해당하는 평가였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김민재의 모습이 바이에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분데스리가 득점 2위 세루 기라시의 공격을 한 치의 틈도 없이 막아냈으며 몸을 날린 수비도 선보였다.
골망을 두 차례나 흔들었으나 단 한 번만 인정됐다. 전반 24분 파블로비치가 키커로 나선 프리킥 기회에서 김민재가 문전 앞 헤더로 슈투트가르트 골문을 갈랐다. 하지만 VAR 판독이 이뤄질 수 없는 충격적인 이유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이 인정되지 못했다. 후반 18분 코너킥에서 파블로비치가 올려준 크로스를 김민재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쇄도하며 정확하게 머리에 맞췄다. 김민재의 헤더는 상대 수비를 살짝 맞고 골문 안으로 향하며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손쓸 틈도 없이 골망을 흔들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득점으로 인정됐다.
대승 이후 김민재의 활약에는 독일 언론도 잠시나마 칭찬을 했다. 독일의 SPOX는 김민재에게 평점 1.5점을 부여하며 '김민재가 센터백 수비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페널티박스 가장자리에서 파그노만을 저지했을 때였다. 그의 6번의 클리어링은 바이에른에서 단연 최고였다. 세트피스에서 초반에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3번째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라며 김민재에게 엄청난 호평을 남겼다. 독일 언론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김민재는 다시 팬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후반기에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의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떠날 당시에도 우려가 컸다. 아벤트차이퉁은 '이번 시즌 바이에른에서 가장 많은 항공 마일리지를 수집한 선수는 누구인가? 캐나다인 알폰소 데이비스? 이 선수는 세 번의 A매치 기간 중 두 차례만 고국으로 향했다. 반면 한국의 김민재는 6차례의 A매치 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아시아와 영국에서 친선경기를 치렀다. 승자는 김민재다'라며 김민재가 올 시즌 가장 많은 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바이에른 선수라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바이에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고작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일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약간의 적응 문제와 사고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투헬 감독도 김 캉테에게 의존했다. 그는 단 2번의 경기만을 결장했다'라며 김민재가 바이에른에서 다진 입지를 높게 평가했다.
독일의 스포르트1은 김민재의 이탈에 대해 '김민재는 곧 사라질 것 같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바이에른은 필연적인 문제에 직면할 예정이다. 많은 분데스리가 구단과 마찬가지로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팀에 문제를 안겨준다. 김민재 또한 1월 12일부터 아시안컵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며, 구단의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전의 활약을 고려하면 이는 바이에른에게 쓰라린 인적 손실이 될 것이다. 살아난 바이에른 수비진의 괴물을 팀 동료, 팬, 관계자들 모두가 몹시 그리워할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독일 언론의 평가는 박하다. 독일의 키커는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포지션별 등급을 선정했는데, 김민재는 해당 등급인 '랑리스테'에서 센터백 부문 11위에 올랐다. '랑리스테'는 키커가 총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선수를 평가한다. '월드클래스', '인터내셔널 클래스', '내셔널 클래스'로 구분해 선수들의 순위를 선정한다. 키커는 김민재를 센터백 11위로 선정했다. 김민재의 동료인 다욧 우파메카노가 3위, 바이에른보다 낮은 순위인 라이프치히와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의 수비수들이 김민재보다 위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야박한 평가다.
레버쿠젠전에서도 김민재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민재는 레버쿠젠을 상대로 패스 성공률 94%, 인터셉트 5회, 공 소유권 회복 10회, 볼 경합 성공 100%로 준수한 할약을 펼쳤고, 축구통계매체 풋몹 기준 평점 7.0점으로 수비진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독일 언론의 평가는 달랐다. 독일의 아벤트차이퉁은 김민재에게 수비진에서 가장 낮은 평점 5점을 부여하며 '스리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활동하며 레버쿠젠의 텔러를 상대했다. 그는 확신이 없는 것 같았고,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하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혹평했다. 독일의 티온라인도 '김민재는 너무 쉽게 압도 당했다. 바이에른에서 다시 자신의 감각을 찾아야 한다'라며 김민재의 활약에 대한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라치오전에서 만회에 성공했다. 라치오를 상대로는 선발 출전해 패스 성공률 98%, 볼 경합 성공 4회, 인터셉트 2회, 공 소유권 회복 8회 등 단단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우파메카노가 내준 페널티킥 실점은 피할 수 없었기에 아쉽게도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은 김민재에게 평점 7.3점으로 바이에른에서 3번째로 높은 평점을 줬으며, 이는 양 팀 통틀어 수비진에서는 최고 평점이었다.
활약에도 비판이 있었다. 독일의 아벤트차이퉁은 여전히 김민재에게 호평을 남기지 않았다. 아벤트차이퉁은 평점 4점과 함께 '우파메카노의 조력자였다. 에릭 다이어가 선발에서 탈락했다. 수비에서 많은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라며 갑작스러운 다이어 언급과 함께 김민재가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독일 SPOX도 '수비에서 공격적이고 안정적이었다. 많은 경합에서 승리했다. 다만 공에 임팩트가 없었고, 위험한 패스도 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다이어를 향해서는 좋은 평가만이 이어졌다. 투헬 감독은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이프치히와 경기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이 두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기로 했다"라며 다이어가 더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민재 제외 이유에 대해서는 "김민재를 벤치에 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경기력과 아무 상관 없다"라고 덧붙였다.
라치오전 이후에도 평소 팀에 헌신했던 김민재에게 혹평으로 일관했던 독일 언론은 다이어의 활약에 미소를 날렸다. 호평을 쏟아냈다. 독일 SPOX는 다이어에게 평점 3점을 주며 '다이어는 크게 눈에 띄지 않고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호평했다. 독일의 아벤트차이퉁도 평점 3점과 함께 '안정적인 활약으로 자리 굳혔다. 그는 수비의 큰 지휘자였다'라고 칭찬했다.
다이어에 대한 호평과 함께 투헬 감독도 지나친 신뢰를 보냈다. 다이어는 꾸준힌 선발에 포함됐고, 지난 라이프치히전 승리와 함께 이번 라치오전에선 붙박이 주전이었던 김민재마저 밀어냈다. 결국 걱정이 많았던 바이에른행은 다이어에게 기회가 됐다. 팀 동료 케인도 최근 "바이에른에서 다이어는 정말 놀랍다. 그가 토트넘에 있을 때는 대표팀 합류가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지속해야 하고,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영국 선수가 최고 수준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우스게이트에게도 기쁨이 될 것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재에게만 차가운 혹평을 내놓는 독일 언론이 다이어를 향해서는 꾸준히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다이어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낮았던 이유도 있을테지만, 계속된 다이어 선발 주장과 편향된 칭찬은 김민재와 이를 지켜보는 팬들을 쉽게 납득시키기 어렵다.
김민재는 오는 9일 마인츠와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도 벤치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독일 키커의 전망이 있었다. 독일 언론의 비판과 키커의 전망을 뒤집고 김민재가 선발 출전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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