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연경’ 주목→정상급 미들 블로커로 성장한 정관장 정호영의 유쾌한 입담 “고희진 감독님, 3세트 경기면 75번 잔소리 하신다”
고교 무대까지 평정한 정호영의 전체 1순위 지명은 당연했다. 2019~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現 정관장)의 지명을 받았다. 정호영 드래프트 이전에 전체 1순위는 전년도 하위 3개 구단에게 확률을 부여했으나 정호영이 나온 드래프트 때부터 전 구단에게 전년도 성적에 차등을 두고 모두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낼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그 정도로 모든 팀들이 탐내는 재능이었다.
결국 2년차인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미들 블로커로 전향했다. 그의 포지션 전향에 여기저기에서 비판과 태클이 들어왔지만, 선수 본인이 미들 블로커로의 전향을 원했다. 그러나 시즌 첫 경기에서 무릎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했고, 진단 결과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시즌아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상 회복 돌아온 2021~2022시즌, 프로 데뷔 3년차에 미들 블로커로 제대로 된 첫 시즌을 보내게 되었고, 5년차가 된 2023~2024시즌. 정호영은 명실상부 정상급 미들 블로커로 거듭났다. 프로 데뷔 1년 선배이자 나이로는 두 살 위 언니인 박은진(25)과 함께 지키는 정관장의 코트 가운데는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다. 정호영의 성장의 결과는 정관장의 7시즌 만의 봄배구 복귀로 이어졌다.
2세트 초반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이 블로킹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시즌 초반의 정관장이었다면 크게 당황해 경기력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정관장 선수들은 당황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며 세트 스코어 3-0(25-13 25-21 25-19) 완승을 이끌어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을 챙긴 정관장은 승점 61(20승14패)이 됐고, GS칼텍스는 승점 51(18승16패)에 그대로 머물렀다. GS칼텍스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잡아도 쌓을 수 있는 최대 승점이 57. 이는 정관장의 PO 직행을 의미한다. 1세트부터 GS칼텍스 코트를 폭격한 지아(22점, 공격 성공률 58.82%)와 메가(19점, 59.26%)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고, 미들 블로커 정호영도 블로킹 5개를 잡아내며 코트 가운데를 든든히 지켰다.
경기 뒤 정호영은 세터 염혜선과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되어 인터뷰실을 찾았다. 정호영은 “프로 데뷔 후 첫 봄배구를 하게 됐다.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었고, 오늘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호영에겐 이날 경기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한 것도 기쁘지만, 숙원이었던 GS칼텍스의 실바를 처음으로 블로킹 잡아낸 것도 큰 기쁨이었다. 1세트 초반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실바의 퀵오픈을 정호영이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이후 16-8에선 실바의 가운데로 파고드는 시간차를 정호영이 홀로 떠서 원맨 블로킹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3세트 12-11 접전 상황에서 실바의 오픈 공격도 가로막아내며 이날 잡아낸 블로킹 5개 중 3개가 실바를 막아낸 것이었다. 상대 주포를 틀어막았기에 그 블로킹의 순도는 더욱 높았다. 정호영은 “실바를 드디어 잡았다. 1세트 시작하자마자 잡아서 됐다 싶었다”면서 “(이)소영 언니가 나가고 ‘오늘 이제 다들 2인분씩 하면 되는거야’라고 팀원들끼리 독려했는데, 2인분을 해낸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에서 뛰던 시절 챔프전 우승 2회를 해본 염혜선에게 첫 봄배구를 하는 정호영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염혜선은 “많이 긴장되긴 하겠지만, 성격상 호영이는 즐길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정호영은 “아니에요. 저 많이 떠는 타입이에요”라고 답했다. 이에 염혜선은 “큰 무대 체질이라고 계속 주입해야겠어요”라며 취재진을 웃음짓게 했다.
정관장의 사령탑인 고희진 감독은 현역 시절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다. 삼성화재 왕조의 일원으로서 누구보다 클러치 상황에서 블로킹을 많이 잡아낸 선수가 고 감독이다. 명 미들 블로커 출신이다 보니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정호영과 박은진은 고 감독의 주요 잔소리 타겟이다.
프로 데뷔 5년차에 드디어 정상급 미들 블로커로 성장한 정호영. 그가 과연 정관장에게 2011~12시즌 이후 첫 별을 정관장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정호영이 고 감독에게 듣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다면 그 꿈은 성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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