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평양판 '뉴타운' 건설되는데 전기 공급은 하루 3시간뿐?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4. 3. 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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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조선중앙TV'에 보이는 북한과 실제 북한의 차이는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들어 대규모 건설사업을 연이어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경공업 공장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북한이 요즘 주력하고 있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입니다. 참고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이란 매년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키겠다는 정책입니다. 이 계획에 따르자면 올해만 하더라도 이번 공장 말고 19개 지역에서 추가적인 경공업 공장이 건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평안남도 성천군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고 있다.


지방공장 건설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대규모 살림집 건설 공사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매년 1만 가구씩 오는 2025년까지 모두 5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평양의 송신, 송화지구에서 착공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공사는 2022년 4월 완공됐고, 2022년 2월 시작된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공사는 2023년 4월 완공됐습니다. 5만 세대 건설 계획 가운데 2만 세대가 완료된 셈입니다. 북한은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의 경우 야간에 준공식을 화려하게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4월 16일에 열린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야간 준공식


여기에다 2023년 2월 화성지구 2단계 1만 가구 건설 공사가 시작됐고, 2024년 2월에는 화성지구 3단계 1만 가구 건설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1년여 만에 1만 채씩 지어내는 속도로 보면 화성지구 2단계 1만 가구도 조만간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또, 평양 5만 세대 건설과는 별도로 평양 서포지구에 4천여 세대의 살림집을 짓겠다며 2023년 2월 공사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3년을 평가하면서 "경제 전반에서 뚜렷한 생산장성"을 가져왔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로만 보면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나름대로 발전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조선중앙TV이긴 하지만,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서 드러난 북한판 '뉴타운'들은 일면 그럴싸해 보이기도 합니다.
 

평양 중심부도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전기 공급

하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취재하는 대북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북한 공식 매체들의 보도와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달 28일, 평양의 중심 구역인 중구역과 평천구역에 지난 1월 동안 하루 평균 3시간 정도의 전기가 들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변 구역인 강동군은 하루 평균 1시간 정도만 전기가 들어왔던 만큼, 중심 구역을 배려해준 수준이 그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데일리NK'가 1년 전, 또 2019년에 썼던 자사의 기사와 이번 기사를 비교한 부분입니다. 데일리NK는 1년 전인 2023년 3월 31일에도 평양의 전기 사정과 관련된 기사를 썼는데, 당시 기사에서 평양 소식통은 평양 중심부인 중구역에 하루 평균 4시간 정도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 6월 5일 '데일리NK'가 쓴 전기 관련 기사를 보면, 당시 평양 소식통은 중구역과 평천구역 등에 하루 5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온다고 전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그때그때 전한 것이긴 하지만, 시계열적으로 보면 평양 중심부의 전기 공급 시간이 5시간에서 4시간, 3시간으로 줄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혁명의 수도라는 평양의 전기 사정도 꾸준히 나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평양이라는 위치는 여타 지역과는 다른 특수한 지역이고 더구나 중심부라면 핵심 시민들이 사는 곳인 만큼 당의 특별한 배려 대상일 텐데, 이곳에서의 전기 사정마저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북한 경제가 당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전기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아파트 승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고층 주민들이 물건을 나를 때는 등짐을 지거나 베란다에 도르래를 설치해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도르래로 물 양동이를 끌어올리다 통째로 쏟아져 지나가던 사람들이 물벼락을 맞고 이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분단의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참으로 씁쓸하기만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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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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