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천억 회사로 나라가 들썩인 이유

한겨레 2024. 3.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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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중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곳이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의 위기를 재무제표 주석에서 살펴볼 수 있다.

태영건설의 2023년 9월 말 분기 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자기자본은 9천억원 수준인데 채무보증금액은 4조4천억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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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c21a1a;">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span>
<span style="color: #278f8e;">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span>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자 다른 건설사 대비 높은 부채비율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비율을 가진 태영건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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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천억원짜리 회사가 대한민국을 흔들다.”

태영건설 이야기다. 태영건설의 최근 시가총액은 1천억원 남짓이다. 주가시장에서는 미미한 존재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이 회사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했다. 태영건설이 별안간 신청한 워크아웃(기업 재무 개선 작업) 때문이다. 그들이 보유한 9조원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문제라고 한다. 시가총액 1천억원짜리 회사의 워크아웃에 온갖 부처와 대통령실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태영건설의 재무제표는 나쁘지 않다. 재무상태표에서 태영건설의 매출은 매년 증가했다. 2020년 2조2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꾸준히 상승해 2023년에는 3조3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영업이익도 안정적인 편이다. 매년 1천억원에서 2천억원 남짓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태영건설은 어디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그들이 보유한 PF 보증이 얼마나 위기이길래 돈 잘 버는 회사의 도산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일까. 태영건설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수치로 살펴보자.

PF 보증이 무엇이길래?

태영건설의 정관상 사업목적은 ‘토목건축공사업’이다. 이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보통 ‘시공사’라고 지칭한다. 시공사의 매출은 대부분 공사대금이다. 건설계약으로 건물을 짓고 공사대금을 수취한다. 이 대금은 손익계산서에 ‘공사수익’으로 기록된다. 한편 ‘시행사’는 시공사에 건설을 의뢰하는 주체다. 이들은 토지 등을 매입한 뒤 시공사에 건축을 의뢰한다.

시공사는 건축만 하면 돈을 버는데 왜 보증 문제가 걸려 있나 궁금할 수 있다. 시공사가 보증을 서주는 이유는 먼저 시행사들의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의 자본은 시공사들보다 현저히 작다. 2022년 말 기준 시행사 업계 1위인 디에스(DS)네트웍스의 총자산은 3조6천억원 수준이고, 매출은 1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시공사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은 총자산이 59조원, 매출이 43조원이다. 디에스네트웍스의 몇십 배 수준이다. 시공 순위가 업계 16위인 태영건설조차 디에스네트웍스보다 총자산과 매출의 규모가 훨씬 크다. 따라서 대부분 시행사는 자사가 보유한 여유자금으로는 큰 규모의 토지를 매입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 수준으로는 담보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두 번째 원인은 시공사 자체에 있다. 우선 시행사가 미래의 분양수익을 토대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한다. PF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불안하다. 미래에 예상되는 분양수익이 좋더라도 거시경제 상황이나 공사 진척도 등에 따라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기관은 시공사에 추가 보증을 요구한다. 시공사는 자사의 공사 수입을 위해 보증에 응한다. 분양만 잘되면 보증을 서더라도 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공사가 수익을 위해 PF 보증을 남발한 데 있다. 결국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건설 사업장들이 무너지면서 시공사들이 보증의무 이행 위기에 몰리게 됐다.

시공사 중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한 곳이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의 위기를 재무제표 주석에서 살펴볼 수 있다. 태영건설의 2023년 9월 말 분기 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자기자본은 9천억원 수준인데 채무보증금액은 4조4천억원에 이른다. PF 보증 규모가 자기자본의 5배에 육박한다. 다른 건설사는 어떨까?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시공능력 업계 2위인 현대건설의 PF 보증 규모 대비 자기자본은 126% 수준이다. 다른 건설사들도 현대건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태영건설의 PF 보증 규모 4조4천억원은 태영건설이 공시한 금액을 토대로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파악한 PF 보증 금액은 9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시에 나오지 않는 PF 보증도 많다는 뜻이다. 물론 분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거나 문제가 없는 사업장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때는 상황별로 보기는 쉽지 않다. 전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더욱 증폭할 것이다.

높은 부채비율과 PF 보증 비율

시행사들에 PF 대출 보증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매출 증가의 일등공신이다. 보증은 서지만 그 보증을 이행할 필요가 없었다. 건설만 하면 다 ‘완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상승기와 맞물린 부동산 침체기에는 독약이다.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심지어 공사 중단이 된다. 이런 사업장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금융기관들은 위험관리를 목적으로 부실 사업장에 행해진 대출을 조인다. 금융기관들은 부실 사업장의 대출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른 건설사 대비 높은 부채비율과 PF 보증 비율을 가진 태영건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는 태영건설 사태와 비슷한 경험을 과거에도 겪었다. 2008년 이후 미국발 부동산 위기로 부동산시장이 경색됐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적절한 위험관리 없이 건설사업장에 무분별한 PF 대출을 시행했다. 그 결과는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저축은행들의 무수한 영업정지였다. 한국 금융시장 역사에서 우리는 이를 ‘저축은행 사태’라고 칭한다.

희망적인 것은, 지금 상황이 저축은행 사태만큼의 파급력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말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가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인용한 다른 건설사의 재무지표를 고려하면 충분한 위험 흡수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금융기관들의 대출관리 능력도 높아졌다. 건설사와 금융기관, 관계 부처가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해 다시금 건설업에 온기가 돌기를 기대해본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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