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위해 ‘주5일제’ ‘은행영업 단축’ 경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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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뉴욕타임스의 칼럼 '한국은 소멸하는가?'가 화제가 됐다.
이전 은행 영업시간은 9~16시였으나, 9시30분~15시30분으로 1시간 단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육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검증된 '주 5일제 도입'과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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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태희│금융노조 여성위원장
지난해말 뉴욕타임스의 칼럼 ‘한국은 소멸하는가?’가 화제가 됐다. “한국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은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의 연구 대상국”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명대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출산율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는 출산 정책들은 매번 추상적이고 기존 정책을 미세하게 조정한 것에 그치며,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외침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한 기업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이 큰 이슈가 되자, 정부가 뒤늦게 세제 혜택 등 지원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전형적인 숟가락 얹기식 ‘표’퓰리즘 정책이다. 진정성도 없고, 현실성도 보이지 않는다.
노동 현장은 저출산을 야기하는 큰 복병 중 하나로 불안정한 장시간 노동 환경을 꼽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생활의 균형 보장 및 실질소득 상승과 같은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근본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69시간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 유연근무,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이 결혼과 자녀양육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할 기회를 얻었다. 이전 은행 영업시간은 9~16시였으나, 9시30분~15시30분으로 1시간 단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육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자녀의 등하교를 함께하는 등 육아에 동참할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월 어떠한 사회적 대화도 없이 하루아침에 은행 영업시간을 환원했다. 정부의 이러한 일방적 결정은 장시간 노동과 출산율 저하의 상관관계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번개가 내리쳐 숲에 불이 번지고 인류는 구운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라는 번개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구운 고기를 던져줬는데 현 정부는 불을 발견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강요한다. 만약 은행 영업시간을 과거로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2002년 주 5일제를 도입할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금융노조는 최초로 주 5일제 실현을 요구했고, 전 은행권이 이를 전격 도입했다. 당시 재계와 보수언론은 “은행이 미쳤다” “회사들은 다 망할 것이다”를 연일 외쳤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올라갔다.
금융노조는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안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검증된 ‘주 5일제 도입’과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라는 경험이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여성은 물론 모든 노동자가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볼 기회를 줄 것이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에 부담 갖지 않는 세상, 모두가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앞당겨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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