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 권유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3.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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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고정된 틀이 있다는 건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약이 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틀이 없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 고정된 이미지가 없는 권유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13일 개봉되는 영화 ‘돌핀’(감독 배두리)은 삶의 변화가 두려운 30대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을 통해 용기를 얻어 세상으로 튀어 오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권유리는 극 중 삶의 변화가 낯설기만 한 나영을 연기했다.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서 그 누구보다 무대 위 화려한 삶을 살았던 권유리에게서 ‘돌핀’ 나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그 정도로 나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과 집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늘 변화와 트렌드를 이끌었던 권유리에게서 당연히 나영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권유리도 마찬가지였다. 나영이 자신의 기존 이미지와 멀리 떨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어렵고 큰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권유리에게 ‘돌핀’은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에 권유리는 나영이 되기로 결심하고 조금씩 자신을 지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나영이 되기 위해 점차 ‘돌핀’으로 파고들었던 권유리는 나영에게서 자신과 닮아있는 모습들을 찾아갔다. 권유리는 “제가 ‘돌핀’을 만났을 시점에 저도 소녀시대로부터 홀로서기를 하던 시기였다. 그때 저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나영이와 제가 닮은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제가 계획하고 원한 것은 아니었더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미숙함이 권유리라는 사람의 깊은 곳에 있더라. 그동안 그것이 소녀시대라는 아주 좋은 배경으로 잘 포장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권유리는 더욱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작은 마을에 사는, 그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권유리는 “외형적으로 많이 덜어내고, 나영이가 갖고 있는 상처들이 고스란히 잘 비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적으로도 덧칠해 놓은 뭔가를 벗겨내고 덜어내는 작업을 거치면서 권유리는 점차 나영이 됐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했던 권유리에게 내면에 켜켜이 쌓아 올린 감정들을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는 나영이 늘 어려웠다. 여기에 주연으로서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이끌며 연기해야 했으니 권유리에게 ‘돌핀’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특히 나영이 엄마에게 서러움을 토해내는 장면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느껴져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권유리는 “이런 감정적인 호소 방식 말고 조금 친절하게 엄마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때때로 나영으로서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권유리를 이해시킨 건 배두리 감독이었다. 권유리는 “감독님이 제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해주셨다”면서 “또 감독님의 화법이 나영이와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나영이의 말이 어떻게 보면 투박하다고 느꼈는데 감독님이 나영이처럼 말하는 걸 보니까 투박함 이상으로 내재된 깊이감이 있었다. 표현은 투박하지만 저 사람이 생각을 여러 번 하고 내뱉은 말이겠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돌핀’은 영화에 전반적으로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자 배우인 권유리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저에게는 엄청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새 얼굴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 권유리에게 ‘돌핀’은 배우로서 큰 자산이 됐다. 배우가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을 보여줬을 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처럼 권유리는 ‘돌핀’을 통해 조금 더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았다. 소녀시대 유리는 뚜렷한 이미지와 색채를 지녔지만, 배우로서 권유리는 아직이다. 뚜렷한 것이 없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지만, 되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권유리는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권유리는 “저도 뭔가 색채가 뚜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저에게는 장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어떤 색깔을 입혀도 잘 입혀질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도전하고 있다고. 권유리는 “소녀시대일 때는 소녀시대 하면 떠오르는 곡이 있다는 게 장점이기도 했지만, 그걸 뛰어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그런 점에서 배우 권유리에게는 뚜렷한 색깔과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지금이 황금 타이밍”이라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대표작이 있기를 저도 너무 간절히 바라고, 대표작이 생기게 된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은데 그건 또 저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걸 시도하면서 찾아가는 중이다”라고 했다.

권유리는 배우로서 주어진 숙제를 해결할 날이 언제가 올 거란 자신감도 있다며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무엇도 될 수 있는 권유리의 배우로서의 나날들을 응원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돌핀', SM엔터테인먼트]

권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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