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이브 더 다이버' 흥행 주역의 홀로서기 "엑시트 할 생각 없다"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 한두 개 잘 된다고 엑시트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긍심을 갖고 발전시킬, 우리 나이가 60·70이 돼도 실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기로 멤버끼리 의기투합했지요."
'프라시아 전기', '데이브 더 다이버' 등의 흥행작을 진두지휘한 김대훤 전 넥슨 부사장이 홀로서기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넥슨에 재직하며 민트로켓 등 주요 게임 사업을 주도하던 그는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나 '에이버튼'을 설립하며 제2의 게임생(生)을 시작해 게임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지난 6일 아이뉴스24와 만난 김대훤 에이버튼 대표는 "넥슨의 새로운 리더십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끝까지 같이 갈지, 빠져야 할지 고민이 컸다"며 "언젠가는 제 회사, 생각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지만 단단한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그 타이밍이 왔다고 판단했다"며 창업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넥슨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했으나 큰 조직에서 하나의 파트를 맡기보다는 작지만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개발사를 차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이정헌 넥슨 대표께서도 보란 듯이 성공해야 한다는 덕담을 해주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명인 에이버튼은 '엑스박스' 게임패드의 A버튼에서 따왔다. 어감도 쉽고 익숙해서 큰 반대 없이 무난히 낙점됐다. 그는 "사명을 지을 때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명도 중요하지만 싫어하면 안 된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며 "에이버튼은 싫어하는 반응이 없었다. 다행히 도메인도 비싸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신생 게임사지만 에이버튼은 이미 실력파 개발자들을 다수 확보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300만장, 스팀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주도한 김대훤 대표의 폭넓은 인맥과 명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는 "입사하기로 한 개발자까지 포함하면 벌써 63명이 모였다. 90명까지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며 "직군별 리더 역시 모두 확보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이자 김대훤 대표가 주도했던 민트로켓의 '빅 앤 리틀' 전략은 에이버튼에도 접목된다. 빅 앤 리틀은 다수의 자본이 투입되는 '빅 게임'과 창의력 넘치는 '리틀 게임'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에이버튼은 MMORPG 장르인 '프로젝트 에스테반(약칭 ES)'과 1인칭슈팅(FPS)에 독특한 재미를 접목한 '프로젝트 EX' 2종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그는 "신작 멀티플랫폼 MMORPG의 개발진은 70~80명 규모로 계획 중이며 FPS의 경우 10명 남짓한 인력이 투입될 것"이라며 "현재는 PC-모바일 멀티플랫폼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만 에이버튼이라는 사명처럼 콘솔 패키지 게임도 추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빅 게임인 프로젝트ES의 경우 게이머에게 친숙한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했다. 아직은 외부에 밝힐 수 없는 이색 문화권을 가미하는 동시에 여타 MMORPG에서는 보기 드문 색다른 클래스를 선보여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김대훤 대표는 "'RvR을 중심으로 하는 MMORPG에 이런 직업이 나온다고?'라는 말이 나올만한 클래스를 넣어보려 한다"며 "MMORPG의 콘텐츠 문법을 파격적으로 달리 하기는 어렵다. 색다른 클래스와 문화권 설정으로 독특한 재미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ES의 게임성은 대규모 집단 전투에 방점을 찍는 형태로, 한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하고 추후 글로벌 버전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집단끼리 대립하는 경쟁형 MMORPG는 공성전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전투와 더불어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정치와 외교가 난무하는 재미가 정말 크다"며 "다만 지나친 과금이 경쟁형 MMORPG의 피로도와 수명을 갉아먹었다고 판단한다. 저 역시 한국 게임산업의 일원으로 반성할 문제라고 본다. 과금을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재정립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리틀 게임에 해당하는 프로젝트EX는 현재 대세인 배틀로얄, 익스트렉션에 뒤를 잇는 다음 장르(Next extraction)는 무엇일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 위해 준비 중인 타이틀이다. FPS 기반에 독특한 룰을 가미한 게임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FPS 게임의 핵심인 빠른 조준과 정확한 슈팅의 역량이 부족해도 즐길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EX는 요즘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키워드들을 활용한 게임이다.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어떤 레시피대로 만드는지에 따라 다른 요리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봤을 때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조악한 상황에서라도 과감하게 보여드리며 이용자와 함께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훤 대표는 민트로켓 때와 마찬가지로 개발자의 창의력을 최대한 보장하고 경영진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믿을만한 개발자 발탁에 공들이고 이후에는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데이브 더 다이버는 창의성 측면에서 제가 기여한 바가 없다. 개발자들이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할지 신경을 썼을 뿐"이라며 "에이버튼 역시 그러한 방향을 승화시키려 한다. 디렉터 발탁에 큰 노력을 기울였고 권한을 확실히 부여했다. 게임성에 대해서는 제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이버튼 설립 후 들어온 수많은 협업 및 투자 제안 중 컴투스를 파트너로 낙점한 배경 역시 개발 자유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거금을 투자했다는 명목으로 게임의 개발 방향에 간섭하려는 곳과는 선을 그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투자사와 개발사는 깊은 상호 신뢰 속에 자유도를 줄 수 있어야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믿고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1위 넥슨이라는 안락한 환경을 떠나 거친 야생의 길에 접어든 김대훤 대표는 에이버튼을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모이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연예기획사들이 레이블 체제를 통해 새롭고 특색있는 음악을 선보이듯 창의력 있는 조직을 마치 세포분열 하듯 만들어가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김대훤 대표는 "5년 내로 한국의 대표 개발사로 인정받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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