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명과 암' 모두 보여줬던 KCC, 허웅은 뱉은 말 지켰다
강점과 약점을 두루 보여준 KCC가 허웅(185cm, G) 버저비터로 기사회생했다.
부산 KCC가 지난 7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치러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라운드 수원 KT와 경기에서 96-94로 승리했다. 2연승에 성공한 5위 KCC 시즌 전적은 25승 20패다. 4위 서울 SK와 승차를 2경기 반으로 줄였다.
국제대회 휴식기를 마친 뒤 완전체로 돌아온 KCC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핵심 전력인 송교창(198cm, F)과 최준용(200cm, F) 부상으로 삐걱거렸다. 여전히 허웅(185cm, G), 이승현(197cm, F), 라건아(199cm, C) 등 슈퍼 팀이라 불리는 자원들은 건재했지만, 약점인 상대적으로 빈약한 식스맨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KCC였다.
KCC는 해결책으로 페이스 상승을 택했다. 얼리 오펜스가 골자였다. 허웅은 지난 5일 고양 소노와 경기를 앞두고 전창진 KCC 감독과 면담했다. 자신이 희망하는 공격 중심의 농구에 관해 견해를 전했다.
전창진 감독도 막혀 있지 않았다. 허웅의 의견과 자신의 전술을 더한 끝에 소노전부터 변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KCC가 소노를 완파했다. 2023~2024시즌 10개 구단 통틀어 최다 득점인 117점을 폭발하기까지 했다. 허웅은 31점 10어시스트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승현도 시즌 개인 최다 20점을 폭발했다. 모든 선수가 공격에 참여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전창진 감독은 선을 그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소노와 경기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또, 강팀이자 수비에 강점 있는 KT전이 새로운 농구를 실험하기 적절한 무대라고 여겼다.
그래서 KCC와 허웅에게는 이날 경기가 더더욱 중요했다. 소노전만큼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는 못하더라도,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 있는 경기였다.
KCC는 1쿼터부터 펄펄 날았다. 이승현이 자유투와 3점으로 첫 5점을 모두 책임졌다. 라건아도 패리스 배스(200cm, F)를 상대로 골밑을 지배했다. 빠르고 높은 농구를 선보였다. 이론상 완벽했다.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던 허웅과 이호현(182cm, G)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코트 위 모든 선수가 공을 만졌다.
그러나 KCC가 2쿼터에 위기를 맞는 듯했다. 배스를 필두로 한 KT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쿼터에도 허훈(180cm, G)을 위시한 공격에 반격당했다.
이때 빠른 농구에 최적화된 알리제 드숀 존슨(201cm, F)이 나섰다. 배스와 멋진 쇼다운을 펼쳤다. 코트와 코트 사이를 오가는 속도에서는 한 수 위였다. 압도적인 속도로 KT 수비를 휘저었다. 높이 싸움에서도 힘을 실었다. 배스든 마이클 에릭(211cm, C)이든 개의치 않았다. 리바운드와 골밑 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KCC는 3쿼터에도 추격을 허용했다. 3쿼터에만 12점을 몰아넣은 배스를 막지 못했다. KT 3쿼터 3점 성공률이 약 14%(1/7)에 그친 게 다행이었다. 3점 차까지 추격당한 KCC는 역전을 허용할 위기에 몰렸다.
위기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던 KCC였다. 허웅-라건아-이호현-이승현 연속 득점으로 순식간에 다시 두 자리 점수 차로 도망갔다. 기록된 속공 득점은 2점이었지만, 얼리 오펜스로 만들어 낸 득점이 많았다.
게다가 새깅 수비로 대응했던 KT 코너 외곽 슈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문정현(194cm, F)은 4쿼터에만 3점 세 방으로 폭발했다. 12점 차 우세는 1점 차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KCC는 결국 가장 확실한 옵션을 찾았다. 라건아의 골밑 공략이었다. 라건아는 이승현 어시스트로 득점에 성공했다. 또, 시간에 쫓겨 시도한 이호현 3점을 공격 리바운드로 살렸다. 이 리바운드는 허웅의 자유투 기회로 연결됐다.
그러나 허웅은 자유투 2구 중에 하나를 놓쳤다. 점수는 93-91, 남은 시간은 13초였다. KCC는 연장 또는 역전패를 막아야 했다.
공을 든 배스를 막아선 라건아는 3점 라인 가까이 붙었다. 3점 라인 두 발 뒤에 있던 배스가 3점을 던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스는 주저하지 않고 3점을 던졌다. 쾅. 깔끔하게 림을 갈랐다.
허웅이 4초 남짓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곧바로 치고 나갔다. 선수 둘을 제친 뒤 45도에서 1.3초를 남기고 어려운 3점을 시도했다. 이번에도 쾅. 재역전 3점 버저비터였다. 홈 팬들을 잠재우는 득점이자 원정 팬들을 불태우는 득점이었다.
허웅도 "(전창진) 감독님도 선수들을 믿어주신다. 내 이야기도 들어주셨다. 감독님 말 듣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럼에도 KCC가 명과 암을 모두 보여줬다. 매 쿼터 20점 이상 득점했지만, 갈수록 득점은 떨어졌다(1Q 27점, 2Q 25점, 3Q 23점, 4Q 21점). 전반에 42점이었던 실점도 후반에는 52점까지 늘었다. 40분 내내 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기 레이스에서 달리는 농구를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들 새로운 농구를 재밌어한다. 마지막 슈팅은 내 몫이었지만, 모든 선수가 공격에 참여한다. 공을 잡으면, 눈에 불 켜고 공격한다. 노장 (정)창영이 형도 얼마나 빠르게 치고 나오나. 컵대회에서 했던 이런 농구를 하고 싶다"는 허웅 말처럼 KCC의 변화는 흥미롭다.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KCC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KCC가 앞)
- 2점 성공률 : 약 53%(26/49)-약 56%(25/45)
- 3점 성공률 : 약 30%(8/27)-약 30%(11/37)
- 자유투 성공률 : 약 69%(20/29)-약 61%(11/18)
- 리바운드 : 41(공격 15)-48(공격 20)
- 어시스트 : 21-20
- 턴오버 : 6-8
- 스틸 : 4-4
- 블록슛 : 2-4
[양 팀 주요 선수 기록]
A. 부산 KCC
- 허웅 : 35분 45초, 18점(자유투 : 4/6) 3리바운드 8어시스트
- 라건아 : 27분 52초, 18점(2점 : 7/10, 자유투 : 4/5) 15리바운드(공격 8) 3어시스트 1스틸
- 이승현 : 40분, 15점(2점 : 4/9, 자유투 : 4/5) 5리바운드(공격 2) 5어시스트 1블록슛
- 알리제 드숀 존슨 : 12분 8초, 14점(2점 : 6/10, 자유투 : 2/3) 9리바운드(공격 4) 1어시스트
- 이호현 : 32분 25초, 13점(2점 : 2/4, 3점 : 3/7) 4리바운드 3어시스트
- 정창영 : 29분 37초, 10점(2점 : 2/3, 자유투 : 3/4) 3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H. 수원 KT
- 패리스 배스 : 37분 55초, 29점(2점 : 11/17) 14리바운드(공격 3) 4어시스트 3스틸
- 한희원 : 30분 6초, 20점(2점 : 3/5, 3점 : 4/9, 자유투 : 2/3) 1리바운드(공격 1) 1어시스트 1블록슛
- 허훈 : 30분 42초, 17점(2점 : 5/9, 3점 : 2/5) 2리바운드(공격 1) 6어시스트
- 하윤기 : 37분 55초, 13점(자유투 : 7/9) 17리바운드(공격 8) 3어시스트 1블록슛
- 문정현 : 12분 32초, 13점(2점 : 2/4, 3점 : 3/7) 3리바운드(공격 2) 1어시스트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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