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처럼 되고 싶어?" 학교폭력 소재 드라마, 뜻밖의 부작용
"피해 학생이 몸 단련해 복수하는 형태가 대부분"
학교폭력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가 수없이 많다. 등장인물이 피해 혹은 가해 경험을 갖고 있는 작품도, '피라미드 게임' '더 글로리'처럼 대놓고 소재로 내세운 작품도 있다. 학교폭력 드라마는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뜻밖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폭력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한 달에 한 번 비밀 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점차 폭력에 빠져드는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다. 원작 웹툰 또한 처절한 학교폭력에 대한 묘사로 시선을 모은 바 있다.
지난해 첫 공개돼 뜨거운 사랑을 받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에도 학교폭력 징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주인공 장병태(임시완)의 설정부터가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찌질이다. 장병태는 이름 탓에 생긴 사소한 오해 때문에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게 된다. 2022년 처음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수위 높은 학교폭력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다뤘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물이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캐릭터의 모습을 담아 냈다. MBC '내일'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모습을 그렸다. 머리 위에 우유를 붓거나 웃으라고 강요하는 등의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학교폭력 이야기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학생들은 어떤 행동이 학교폭력에 속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고 말하던 어른들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학교폭력 이야기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사실이다. 학교폭력이 소재가 아닌 데다가 관련 이야기가 필요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등장해 자극성만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드라마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학생들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우려된다.
교실 속 상황도 드라마로부터 마냥 자유롭진 않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 NGO 푸른나무재단의 김석민 선임연구원은 본지에 "학교폭력이 드라마에서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방송 작가, PD 등이 재단에 방문하는 경우 '(학생들이 드라마의 학교폭력을) 모방하거나 (이러한 폭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피해를 입거나 따라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시청률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있겠지만 이와 관련해 주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안내한다. 그럼에도 상담 전화를 받거나 직접 출동해 피해 학생, 보호자들을 만났을 때 실제로 따라한 사례들이 있었다. '더 글로리'처럼 되고 싶냐고 협박을 한 것 등이었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이 드라마를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를 위한 메시지를 함꼐 담아내는 것이 유익하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어떤 아이가 집단적인 괴롭힘을 받는 에피소드가 나왔다면 그 학생 주변에 SPO(학교 전담 경찰관)나 전문 상담 교사, 그 아이를 도와줄 인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점을 포함시키면 좋을 듯하다. 그 아이가 도움을 받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자극적 요소에 집중하다 보니 피해 학생이 몸을 단련해 복수하거나 응징하는 형태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본 피해 학생이 '가해자를 똑같이 만들어줘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새로운 폭력이 탄생할 수 있다. 드라마가 마냥 자극성에 주목하기보단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드라마 속 학교폭력 이야기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는 순간 피해자를 낳는 무기가 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제작진에게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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