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심장에 미사일 꽂는다… 보복 타격력 늘리는 한국군 [박수찬의 軍]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에게 전략적 타격을 입힐 첨단 무기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북한 내륙의 주요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괴하려는 의도다.
방위사업청이 6일 공개한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군은 올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6조8581억원을 투입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해군의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선도함인 정조대왕함과 도산안창호급(3000t) 3번함 신채호함이 올해 군에 인도된다. 수백㎞ 거리의 내륙 표적을 타격하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함정들이다.
8200t급 구축함 정조대왕함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사용한다. 레이더는 고고도에서 탄도미사일 탄두도 식별하며, SM-6 함대공미사일로 탄도·순항미사일과 항공기를 격추한다.
함대지 탄도미사일 탑재는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다. 세종대왕급은 해성-Ⅱ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운용했으나 파괴력이 부족하고 속도가 느려 요격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조대왕함에는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탑재한다. 사거리가 500㎞ 이상이고 탄두중량 1t으로 추정되는 현무-Ⅳ 탄도미사일을 개조한 형태로 보인다.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서 운용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이와 유사한 기종이다.
육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는 양산이 진행중이다. 2025년까지 진행될 양산사업에는 3200억원이 투입되어 200여발을 제작한다. 지난해 품질인증사격시험에 성공, 요구성능을 충족했음을 입증했다.
탄두중량 600㎏의 열압력탄을 장착하는 KTSSM은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 휴전선 일대 북한군 갱도진지와 장사정포 등을 타격한다.
지난해 9월 개발에 착수한 KTSSM-Ⅱ은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에 2발을 싣는다. 고폭탄을 사용해 북한군 후방의 지휘소 등을 타격한다.
고도 15~40㎞에서 요격하는 패트리엇(PAC-3),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와 더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성할 L-SAM은 고도 40~60㎞에서 북한 미사일을 파괴한다. 이를 통해 다층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다.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무인기(드론)를 저지할 체계 구축도 연내에 본격화한다.
주요 군사시설을 드론으로부터 보호할 중요지역대드론통합체계는 올해 안에 전력화된다. 해당 사업은 북한 무인기 침투 직후 급속하게 추진됐다. 국내 업체가 만든 시스템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레이더가 드론의 접근을 포착하면, 영상식별장치가 드론의 정체를 확인한다. 이후 전파방해장비 등으로 드론을 무력화한다.
접근하는 드론을 요격할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 양산도 이뤄진다. 지난해 4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아 체계개발이 완료됐다.
레이저는 탄약이 없어도 전기만 있으면 발사가 가능하다. 발사 비용도 매우 저렴해 드론 공격을 저지할 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계약 협상의 핵심은 비용이다. KF-21에는 국내에서 조달할 관급 장비, 해외에서 반입할 관급 장비 등이 장착된다. 여기에 다른 장비들을 추가해서 최종적인 체계통합을 진행한다. 이를 모두 고려해서 비용을 책정하면, 대당 단가가 나온다.
현재 KF-21 대당 가격은 F-35A 스텔스 전투기(대당 8200만 달러)보다 꽤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가격 인하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계약 물량이 20대라는 점에서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달성할 정도로 주문량이 충분히 많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원자재값 상승 및 향후 양산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비용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초소형 정찰위성 등을 발사할 국방 전용 우주 발사장 확보도 추진된다.
문재인정부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면서 군은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을 통해 축적한 고체연료 로켓 추진체계 기술을 활용, 소형 위성발사체를 탑재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을 진행해왔다.
고체추진 우주발사체는 누리호 등의 액체연료 발사체보다 구조가 간단해서 낮은 비용으로 발사를 할 수 있고, 준비기간도 짧다. 발사장 설비도 간소화할 수 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과 제주 앞바다의 바지선에서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국방부는 추가 개발을 통해 4단 추진체에 소형위성을 탑재하는 발사체를 완성,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이용해 초소형위성 40여기로 구성된 초소형위성체계, 저궤도 전술정찰·통신위성군을 띄워 기존 425 정찰위성체계와 함께 운영할 방침이다.
높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425 위성은 재방문주기가 길다. 따라서 정찰 공백이 발생한다. 고도 500㎞에서 움직이는 초소형위성들은 재방문주기를 30분 이내로 단축하는게 가능하다. 425위성과 초소형위성들을 함께 운용하면 북한 전역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다.
초소형위성은 지구 중력의 영향 등에 따른 고도 저하로 수명이 짧다. 수시로 위성을 쏘아올려야 공백을 메울 수 있는데, 신속하고 저렴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이같은 부분에서 적합하다.
문제는 발사장이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개발을 맡은 ADD는 지상 발사장 구축 필요성을 예전부터 주장했다.
발사장 위치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부근이 거론된다. 우주발사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발사 환경도 주변국 등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검증된 곳이다.
이밖에도 상용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체계 개발을 내년 11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신속연구개발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상용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체계 사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처럼 민간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군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고도 3만6㎞의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민간 저궤도위성은 고도 300∼1500㎞ 자궤도를 도는 초소형 위성으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전송속도가 빠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내년에 개발을 마치고, 군 운용적합성 검토를 통과하면 정식으로 소요제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위성통신체계-Ⅱ는 연내 전력화가 이뤄진다. 기존 군 위성통신체계(ANASIS)가 노후화하면서 이를 대체하고자 개발된 군 위성통신체계-Ⅱ는 감시정찰, 지휘통제, 정밀타격 체계간 정보교환과 지휘통제를 보장하는 체계다.
전시에는 군 위성통신체계-Ⅱ가 핵심 통신망으로 쓰인다. 기존보다 전술용량이 증가했고, 열악한 전파환경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산 기종의 수출과 해외 행사 참가 등을 놓고 엔진 원제작국의 승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국내에서 무인기와 전투기 개발소요가 증가하면서 국산 엔진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방위사업청은 5500lbf(파운드힘) 수준의 터보팬 엔진을 2027년까지 개발할 방침이다. 이는 ADD와 대한항공이 만드는 저피탐 무인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팬, 고압압축기, 연소기 등의 구성품도 만들게 된다.
추력은 낮지만, 항공엔진 개발과 시험평가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고압·고내열 소재와 부품 제작 경험을 얻는 효과도 있다.
올해부터 진행하는 1만lbf 터보팬 엔진 개발은 5500lbf 엔진 기술을 활용해서 이뤄질 예정이다. 2030년대 중반쯤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보다 크고 무거운 무인기를 중심으로 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개념연구에 착수한 1만5000lbf 엔진은 2040년쯤 완성을 목표로 한다. 전투기 탑재를 계획하고 있으며, KF-21에 탑재된 미국 GE의 F414-GE-400K와 유사한 수준의 추력을 낼 예정이다.
국산 KF-21이 기존에 개발이 계획됐던 블록-Ⅰ·Ⅱ를 거쳐 블록-Ⅲ를 만들거나, 대규모 성능개량이 이뤄지면 장착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개발비가 5조원에 달하고, 개발기간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기술적으로 검증이 끝난 항공엔진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진행하고, 첨단 기술 축적에 초점을 맞춰서 엔진 개발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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