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의 IP 분쟁 격화…잇단 소송전 승자는?

남정석 2024. 3. 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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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지식재산권)를 둘러싼 국내 게임사들 사이의 갈등이 최근 더 격화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를 모방했다며 신생 게임사 레드랩게임즈의 '롬'을 상대로 지난달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를 두고 법적 공방을 펼치고 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웹젠과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도 표절 분쟁에 돌입했다.

현재 게임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성장세를 보이다가 엔데믹 이후 정체 혹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한정적인 시장 파이를 두고 생존을 위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작권을 둘러싼 대립은 자칫 일반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우선인 가운데, '창작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창작성의 범위는 어디까지…

제조사들의 제품처럼, 게임 IP는 게임사의 '처음이자 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22년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1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인수한 것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시리즈 등 블리자드의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작권 분쟁의 핵심은 '리니지' IP이다. 지난 1998년 출시, 올해로 벌써 26년째를 맞고 있는 '리니지'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대명사로, 2003년에는 '리니지2'가 나왔으며 이후 엔씨소프트가 이를 활용해 2017년 '리니지M', 2019년 '리니지2M', 2021년 '리니지W' 등 신작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확률형 아이템, 즉 운에 의존하는 '뽑기'가 주 매출원이기에 과다한 과금을 유도한다며 시장에선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이를 대체할 비즈니스 모델(BM)이 잘 나오지 않고 있어, 특히 MMORPG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리니지' IP가 워낙 장수 게임이기에 사용자들이 익숙한 콘텐츠와 시스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대부분 갖추고 있어 이른바 '한국형 MMORPG'의 표준으로 통한다.

따라서 이 게임들과 비슷한 콘텐츠를 탑재한 MMORPG, 일명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들이 양산되는 경우가 꽤 많기에 이 가운데 주로 시장의 주목을 많이 받은 게임들을 본보기로 엔씨소프트가 저작권 침해로 '칼'을 빼든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롬'의 개발사인 레드랩게임즈, 그리고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국내뿐 아니라 이 게임이 서비스되는 대만에서 각각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게임의 콘셉트와 주요 콘텐츠, UI, 연출, 아트 등에서 '리니지W'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했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레드랩게임즈는 "전세계 게임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상적 디자인 범위"라며 "최근 저작권 이슈가 많아 개발 단계부터 법무적으로 검토했는데 일반적인 범주이다"라고 반박하며 서비스를 강행했고, 국내와 대만 모두에서 매출 상위권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리니지M'를 표절했다며 웹젠의 'R2M'에 제기했던 소송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아키에이지 워'는 아직 변론 기일이 안 잡혔고, 'R2M' 건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AI까지 등장한 지금, 더욱 치열하게 미래 준비해야

'다크앤다커'를 두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가 벌이는 분쟁은 IP 소유권 문제이지만, 결국 엔씨소프트의 소송과 비슷한 결이다.

넥슨은 자사의 신규 프로젝트 'P3'를 개발하던 구성원들이 퇴사하면서 게임 자산을 무단 방출, 이를 토대로 '다크앤다커'를 개발한 것이라며 저작권 침해와 영업 비밀 유출혐의로 아이언메이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아이언메이스는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반소를 제기했고, 일단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되면서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런 가운데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토대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해 올해 출시할 예정이라 소송 결과에 따라 법적 분쟁에 함께 휘말리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생겼다.

'리니지' IP가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씨소프트로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와 75%가 줄어들며 위기를 맞고 있고, 넥슨의 경우 의욕적으로 선보인 자체 브랜드 '민트로켓'의 첫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다크앤다커'에 관한 문제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이번 소송에 임하고 있다.

반면 소송을 당한 게임사들은 특히 MMORPG의 경우 오랜 기간 국내에서 대세 장르로 서비스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와 시스템, BM 등을 서로 교차 차용을 해온 것이기에 '리니지' IP만의 '오리지널리티'라는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 저작권 분쟁을 담당했던 A 변호사는 "상당히 전문적이면서도 정성적인 측면이 많은 게임의 창작성을 법정에서 정확히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부 승소나 패소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AI(인공지능)가 게임 개발에도 적극 활용되면서 향후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등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법적 분쟁이 계속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창작성이 명확한 콘텐츠는 분명히 보호를 받아야 하고,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인기 높은 장르와 BM으로의 쏠림 현상이 분쟁의 시발점으로,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활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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