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기후운동 없이 한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없다

한겨레 2024. 3. 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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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왜냐면] 콜린 크룩스|주한영국대사

한국과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해결의 시급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긴급히 협력해야 한다. 이것이 영국대사관이 첫 번째 ‘그린 위크’를 개최하고, 20개 이상의 행사에서 한국과 영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들이 모여 기후행동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가속화하는 이유다.

여성이 기후행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린 위크 기간을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정했다. 성평등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과 우리 사회가 문제 해결에 성공할 최선의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 모두와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최악의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여성들이 기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기후위기가 기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도울 때, 여성들의 필요를 해결하는 젠더 기반 솔루션을 우선해야 한다. 솔루션 개발에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영국은 이미 녹색기후기금에 20억달러를 기부하는 등 젠더에 초점을 맞춘 기후금융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본인은 한국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양국은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을 통해 기후 중심 개발 사업에서 성평등을 함께 옹호할 특별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가시적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우리 자신과 국제 사회에 계속 책임을 져야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도 개발해야 한다. 기후위협은 실존적이지만, 우리는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인재를 낭비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재단에 따르면, 한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스템) 과목을 전공하는 학생 중 여성은 21%에 불과하다. 스템 분야는 우리 사회가 더 친환경적 미래로 전환하는 데 필수 분야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과학연구 일자리의 약 30%만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적 문제지만, 특히 한국에서 심각하다. 가장 중요한 시대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서 왜 인구의 50%가 가진 기술과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다른 자원이었다면 이런 낭비는 부끄러운 일로 여겼을 것이다.

기후위기 해결은 여성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가진 인간의 독창성, 과학적 혁신,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활용할 때만 가능하다. 다행히도 그린 위크를 통해 직접 확인한 것처럼 양국 여성들은 재능과 전문성, 잠재력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은 양국 여성 과학자 4명의 연구를 조명하는 행사를 주최했다. 이들은 ‘해수면 상승이 인천과 같은 도시에 미치는 위협’과 ‘기후변화와 세균성 질병 확산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중·고 여학생들을 일일 대사로 선발해 국제 정상회의에서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홍보 역할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의 연설은 실제 외교관들도 감탄할 만큼 열정과 명료한 사고로 전달됐다!

스템 분야의 여성 대표성 부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여성이 이 분야에서 성공적 커리어를 쌓는 데 있어 장벽을 없애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또한 여학생에게 이 분야가 실현 가능한 진로이며 그들의 열정이 낭비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수많은 과학기술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모든 여성 과학자·엔지니어·기술자가 남성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권한을 부여받는다고 상상해 보자.

간단히 말해, 성평등한 기후운동 없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는 불가능하다. 본인은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의 정책 입안자, 기업, 교육기관, 대중이 영국과 함께 기후운동이 여성을 더욱 포용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하고자 한다. 한국 여성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는 여성들을 도울 수 있다면, 더욱 “그린”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공평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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