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만 투자한 내가 밉다”…‘비둘기’ 파월에 美 S&P500 ‘역대 최고’, 韓 증시도 훈풍?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A(41) 씨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주식 투자 방식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대해 부과하는 22% 수준의 ‘양도소득세’가 무서워 코스피 종목에만 투자해왔다는 A 씨.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던 지난 2년 간 한미 양국 증시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속이 더 쓰리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그는 “2년 전 5000만원 정도의 종잣돈으로 투자에 나서려 했던 종목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다. 당시 250달러 수준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현재 100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MS 주가도 당시보다 주당 100달러 가량 올랐다”"면서 “현재 보유 중인 코스피 대형주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투자붐을 타고 초강세를 보이고 있던 미국 증시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긴축 완화 선호)’적 발언 덕분에 또 한번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모양새다.
미 증시 주요 지수는 물론,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동학개미(국내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2.60포인트(1.03%) 오른 5,157.36에 마감하며 지난 4일의 종가 기준 최고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0.30포인트(0.34%) 오른 38,791.3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1.83포인트(1.51%) 오른 16,273.3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 고점을 경신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장중 16,309.02까지 오르며 장중 고점 기록을 새로 세웠다.
이날 강세장의 주인공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운 파월 의장이었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가 그 확신을 갖게 되면, 그리고 우리는 그 지점에서 멀지 않았는데(not far),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 2년물 국채금리는 4.508%까지 떨어지며 지난 2월 1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섰다.
전문가들이 파월 의장의 “그 지점에서 멀지 않았다”라는 발언에 주목하면서 6월 금리 인하 개시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5.7%에 달했다. 이는 전날의 70% 수준에서 오른 것이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에서 금융과 부동산을 제외한 9개 업종이 모두 올랐다. 기술주와 통신 관련주가 2% 가까이 오르면서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7일(현지시간)도 전 거래일 대비 4.47%나 오른 926.69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또 한번 새롭게 썼다. 6거래일 연속 최고점 역사를 새로 작성 중인 것이다.
다른 반도체 종목들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브로드컴, ASML 홀딩이 4% 이상 올랐고, 인텔과 퀄컴의 주가도 각각 3%, 4% 이상 올랐다. 반에크의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3.5%가량 올랐다. 반도체 기업 온세미컨덕터의 주가는 7%가량 상승했다.
메타도 3% 이상 오르고,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주가도 2% 이상 올랐다.
다만, 애플의 주가는 이날도 0.07%가량 하락하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중순 기록한 52주래 최고치 대비 15%가량 하락해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1단계 임상에서 긍정적 효과를 냈다는 소식에 9%가량 올랐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의 주가는 전날 회사가 10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5% 이상 올랐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반등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다소 누그러졌다고 진단했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는 마켓워치에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가 일시적으로 약간 뜨거워져 금리 인하보다 인상을 시사하면서 지난 2주간 시장에 일부 우려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는 “연준의 선택지에 들어온 적이 없으며, 파월로부터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미 증시 강세란 미국발(發) 훈풍이 국내 증시에 얼마나 큰 호재로 작용할 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물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마저 4만 선을 넘어서며 '버블(거품) 경제' 시기를 넘어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며 강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증시만은 유독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S&P500 지수가 8.74%, 일본 닛케이지수가 18.96% 상승할 동안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0.83% 하락했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3% 상승한 2647.62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650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파월 의장 발언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 미국채 금리 하락 등 이날 오전 증시에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됐다”면서도 “2차전지를 제외하고 시가총액 상위종목들 전반적으로 상승폭이 축소되거나 하락 전환하며 증시 분위기 반전돼 방향성 탐색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8일 코스피 지수에 대해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0.5~0.8% 내외 상승 출발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피 지수가 장기 상승 국면 진입의 분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고점대의 저항에서 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란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주도주는 반도체 관련주와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높아지는 종목들”이라며 “60일 이평선 이격도 115% 수준에서 등락 중인 SK하이닉스와 120% 수준에서 등락 중인 기아 모두 장기 상승 추세에서 주로 나타나는 패턴으로 추세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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