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친명횡재 비명횡사' 호남 민심 이반 심각하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 따른 광주전남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아니 심상치 않은 것을 넘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잡음은 당연한 일이다. 공천받은 승리자들은 환호하고 공천 탈락자들은 반발한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광주전남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제22대 총선의 민주당 공천은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반응이 많다. 지역민들은 민주당 공천 파동이 금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는 입만 열면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변한다. 그렇지만 지역민들 대다수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이재명 사당(私黨)'을 만들기 위한 사천(私薦)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이 통용되려면 공천 결과가 상식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친명계' 후보들은 살아남고 '비명계' 후보들은 낙천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을 표방하지만 시스템 공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문의 핵심이라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친문계 중진으로 원내대표까지 지낸 홍영표 의원도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설훈 의원과 박영순 의원 등 반명계로 낙인찍힌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하고 있다. 국민이힘과 달리 민주당에서 매일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 이내였다고 고백한 의원 대부분이 공교롭게도 비명계다. 고민정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 일부 비명계가 공천을 받았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민주당의 심장부이자 텃밭이라는 광주전남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 8개 선거구 중 6개 선거구에서 경선이 이뤄졌는데, 광산을을 제외한 5곳에서 현역 의원이 탈락했다. 광산을에서는 친명인 민형배 의원이 현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현역 물갈이 바람과 현 민주당 체제에 대한 실망 때문에 현역의원이 대거 탈락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광주 경선에서도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사천' 논란이 불거진다.
원외 도전자가 '친명'이었던 광주 동남갑과 동남을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이던 후보들이 컷오프됐다. 이후 친명 도전자와 현역 간 1대 1구도로 경선이 펼쳐져 모두 친명 도전자가 승리했다. 서구을과 광산갑에서는 친명인 고검장 출신 후보들이 차관급인데도 불구하고 신인 가점 20%를 안고 경선에 임했다. 경쟁자들이 고검장 출신 고위직에게 20% 가점은 부당하다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검장 출신 가점 20%의 대상자는 박균택(광주 광산갑), 양부남(광주 서구을), 이성윤(전주 을) 등 총 3명이다. 경선 결과 광산갑에서는 '이재명의 변호사'로 불리던 박균택 변호사가, 전주을에서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광주의 대표적인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은 가까스로 컷오프나 전략공천을 피했지만 30% 패널티를 받고 경선에 나선다. 송 의원이 하위 20%로 감점 20%를 받는 반면 도전자인 정치 신인은 가점 10%를 받기 때문이다.
전남에서는 담양·장성·영광·함평 선거구의 단수공천이 대표적인 '사천' 논란을 불렀다. 이 선거구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이개호 의원이다. '新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이 애초 단수공천됐지만 민주당 재심위가 경쟁자들의 재심 신청을 수용해 3인 경선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최고위가 손바닥 뒤집듯이 단수공천을 번복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단수공천에 반발한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박노원 전 청와대 행정관도 무소속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민심 이반은 여론조사에 그대로 나타난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라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53%를 기록해 1주일 전의 67%보다 14%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2월 27일~29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광주지역 27개 시민사회단체 협의체인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민주당 공천 파동에 성명까지 내며 우려를 표명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 경선이 당 대표와 누가 더 친한 사람인가를 뽑는 대회가 됐다"며 "사천·줄서기 행태 등 민주당이 보이는 오만과 무능을 참아내기 힘들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까지 민주당의 공천을 '사천'이자 줄서기 공천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총선 패배는 명약관화한 일로 보인다. 민주당의 심장부라는 광주전남에서도 갈수록 지지율이 빠지면서 본선에서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 무소속 연대로 함께 할 경우 '친명팔이'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텃밭이라는 특성상 '미워도 다시 한번' 정서 속에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투표율이 극히 저조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이 37.7%로, 지방선거 사상 최저치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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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조기선 기자 ksc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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