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김고은을 있게 한 디테일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3.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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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김고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사소한 디테일들이 한 끗 차이를 만들었다. 김고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헤아릴 수 없는 고뇌로 한 땀 한 땀 연기했을 시간들이 지금의 ‘믿고 보는 배우’ 김고은을 가능케 했다.

지난 22일 개봉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김고은은 극 중 무당 화림을 연기했다.

장재현 감독의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부터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재밌게 봤다던 김고은은 ‘파묘’ 시나리오가 자신에게 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감사함이었다. 극장에 직접 가서 볼 정도로 오컬트 장르 팬이었던 자신에게 한국형 오컬트 장인인 장재현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다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오컬트 장르여서 좋았던 건 아니다.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독님이 이 소재를 얕게 공부하신 느낌이 아니라 정말 공을 많이 들여서 시나리오를 완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실제로도 몇 년에 걸쳐서 관련 공부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시나리오에 잘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고은이 연기한 화림은 소위 ‘영빨’ 좋은 무당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 무속인이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김고은은 무속인을 틈틈이 찾아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소통하며 화림의 디테일을 쌓았다. 김고은은 “제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깊게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겠나. 선생님이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떻게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됐고, 또 선생님 곁에 제자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의 사연도 많이 들었다. 그런 것이 연기 기반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특히 화림은 스타일로 인해 개봉 이후 ‘MZ 무당’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촬영 당시에는 그 누구도 ‘MZ’라고 한 적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한 건 아니다”라면서 “실제로 젊은 무속인 분들 중에 세련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좋은 차 트렁크에서 말, 닭피 꺼내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 화림과 봉길(이도현)은 그런 결의 무속인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파묘’의 백미는 화림의 대살굿 신이다. 파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살을 막아주기 위해 대살굿을 벌이는 화림의 포스가 스크린을 압도하며 초반 몰입도를 확 끌어올린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대살굿 장면은 초반에 나오기 때문에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화림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관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화림이가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직업적으로 프로페셔널할 때 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화림에게 중요한 장면인 만큼 김고은은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실제로 굿 현장에 참관해 무속인의 태도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고, 이후에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디테일을 잡아나갔다. 김고은은 “굿을 하는 무속인 분들을 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 대살굿을 할 때 간이고 쓸개고 다 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영안실에서 펼쳐지는 화림의 ‘혼 부르기’도 관객들의 원픽 장면 중 하나다. 독특한 음색으로 경문을 외는 김고은의 포스가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실제로 선생님들이 경문을 외울 때 진짜 멋있다. 마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면서 “경문을 외울 때마다, 하는 사람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서 선생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녹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걸 참고해서 제가 더 멋있게 탈 수 있는 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음을 통째로 외워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김고은은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했다고 했다. 김고은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아우라와 프로페셔널함은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상덕(최민식)에게 반존대를 한다던지, 굿을 준비할 때 몸을 살짝 턴다던지 이런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초반에 아기를 진단할 때 화림이 휘파람을 부는데 곤을 귀에 대도 되는 건지 하나하나 다 선생님께 물어봤다. 선생님에게 영상통화해서 사소한 것까지 다 물어봤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고은의 디테일을 쌓아 만든 화림은 ‘파묘’의 폭발적인 흥행세에 한 몫했다. ‘파묘’는 개봉 10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제 천만 흥행을 바라보게 됐다. 김고은은 이러한 흥행세에 대해 “너무 감개무량하다. 처음 겪어보는 속도다. 신기하기도 하다”라고 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김고은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간다. 늘 새로운 캐릭터와 만날 때마다 어렵다는 김고은이지만, 우리는 안다. 어떤 캐릭터라도 김고은이라면 잘 해낼 거라는 걸.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파묘', BH엔터테인먼트]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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