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결국 한국 온다…'징역 100년' 미국행 뒤집힌 이유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을 결정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7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며 "이번 결정은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지난 5일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미국으로의 인도를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하고 재심리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결정이 뒤집힌 건 한국 법무부의 송환 요청이 미국 정부 공문보다 빨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항소법원은 당시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전했다.
더불어 미국 정부 공문에는 권씨에 대한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있어 이를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한국의 공문은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첨부돼 있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몬테네그로에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송환을 요청했고, 몬테네그로가 자체 판단해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권씨 측도 한국 송환을 희망해 왔다.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그동안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의 요청 시점보다 앞섰고, 권씨의 국적이 한국인 점을 근거로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과 국제 조약들을 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에 불복해 한국 송환 결정을 끌어낸 만큼 재항소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마리야 라코비치 대변인은 권씨 측이 판결문을 받은 이후 사흘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며 "권씨의 변호인단이나 포드고리차 고등검찰청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권씨와 함께 위조 여권을 사용해 도주하려다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후 국내로 송환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경우, 법원의 결정 이후 송환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씨의 사례를 적용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22일에는 호송관들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대표는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이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코인을 계속 운영했고, 폭락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말 출국해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다. 이후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채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 달 뒤 뉴욕 연방 검찰은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미국이 권씨 송환 의지가 있고, 몬테네그로와 미국의 관계를 고려해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6일 항소법원의 파기 환송을 보도하면서 권씨의 인도국이 어디로 결정되든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밀로비치 장관은 그동안 권씨의 송환과 관련한 매체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미국행에 무게를 둬 왔다. 이 때문에 밀로비치 장관이 사법부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밀로비치 장관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최종 승인해야 한국 법무부에 이를 통하고, 구체적인 권씨의 신병 인도 절차가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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