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해외 넘겨도 1심서 무죄·집유 88%…“나라 안 망하는게 신기”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3. 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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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식재산을 위협하는 기술침해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내려지는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법조계는 지식재산과 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등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릴 경우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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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됐지만
심문기일 밀리며 7개월 만에 결정
“엄연한 국부유출…엄중히 다스려야”
[매경DB]
국가 지식재산을 위협하는 기술침해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내려지는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지적재산권과 기술은 국내 산업의 중추인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는 60.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27.2%를 더하면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는 87.8%에 달하게 된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에 대한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그쳤다.

이번에 문제가 된 SK하이닉스 전직 연구원 A씨는 SK하이닉스 근무 당시인 2015년부터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업계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해왔다.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에는 전직 금지 약정서와 국가 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서약서를 썼는데, 전직 금지 대상에는 마이크론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전직 금지 약정이 5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법원이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그만큼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기술유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도 약 7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초 심문기일은 지난해 8월로 잡혀 있었지만 한 차례 연기돼 지난달 7일로 늦춰졌다. 이 사이에도 상당한 양의 핵심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는 지식재산과 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등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릴 경우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양형 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상향이 확정되면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법무법인 에스엔 이승환 변호사는 “국가 경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시스템과 인적 투자를 통해 고급기술을 확보한 건데 국내 경쟁사도 아니고 해외로 너무 쉽게 빠져나가는 것은 엄연한 국부 유출인 만큼 엄중히 다스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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