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건너지 않은 레테의 강 [세상읽기]
홍원식│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
2019년 여름 우리 언론은 그야말로 불타올랐다. 되돌아보면, 그해 8월9일 당시 문재인 정부가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기 이전부터 그는 이미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6월부터 법무부 장관 기용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기록적인 수준의 언론 보도가 폭주하였다. 그가 사모펀드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보도 이후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재단 비리, 그리고 자녀 입시 비리로 언론 보도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언론재단 검색서비스를 통해 확인되는 그해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조국 개인과 관련된 뉴스만 4만7천건 이상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정치인을 포함한 어떤 유명인에 대한 기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다. 당시에도 최고 스타였던 손흥민 기사에 비해서도 대략 10배에 해당하는 보도량이니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올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그에게 집중시켰던 것일까? 그는 민정수석을 지내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정부 고위 관료였기에 당연히 언론의 공적 감시 대상이었다. 또한 인사청문회 대상인 만큼 그의 공적 업무는 물론 상당한 범위의 사적 영역에도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자녀 입시와 관련된 사안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이는 윤리적 비판을 받을 만하다. 모두가 민감해하는 교육 문제여서 언론의 주목도가 높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쩌면 언론이 그에게 유독 가혹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인사였던 그가 위선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도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할 수는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언론은 그에게 공정했는가? 당시 별건의 별건으로 이어지는 검찰 수사에 대해 언론은 검찰발 기사만을 옮기는 바쁜 꿀벌이 되어 있었다. 2019년 말께 한 언론사 간부와 작은 논쟁을 벌였던 일이 기억난다. 무수한 검찰발 기사에 대한 나의 비난에 그는 ‘어느 언론사도 검찰이 주는 단독 정보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로 답했던 것 같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는 그냥 기삿거리가 있으면 쓰는 게 일이니까 거창한 언론의 책임 같은 건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비루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한 답이었을까?
조국 이후에도 많은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대상이었고, 그중 상당수에게 자녀 입시와 관련된 의혹이 일었다. 일부는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기도 하고, 일부는 별 탈 없이 자리에 안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 누구에 대해서도 조국만큼, 아니 그 반의반만큼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에게 공정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에게 충분한 반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자세히 보도하면서 이후 변론이 오가는 법정 취재는 소홀한 언론 관행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만한 기회마저도 번번이 ‘조국의 강’에 빠질 것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협박 반 공포 반’에 의해 가로막혔다는 점이다.
그리스인들은 저승에 가려면 다섯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고통의 강을 지나, 슬픔의 강을 넘고, 증오의 강을 건너서, 네번째 강에서 남겨진 영혼이 불타 정화되고, 다섯번째 레테의 강을 건너야 마침내 모든 것을 잊은 망자가 된다고. 조국혁신당으로 다시 되돌아온 조국 대표를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어디쯤에서 돌아온 것일까? 조국혁신당이 만들어지고 꽤 많은 지지가 확인되는 것을 보니, 가족 모두가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그가 ‘백수광부’로 그 강을 건널까 봐 걱정했던 건 일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지지가 그가 이번 총선에 나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힘이 됐을 법하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존경받을 만큼 옳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자기 소명의 기회는 주어져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비루함에도 불구하고, 슬퍼할 겨를도 돌아볼 여력도 없이 그저 바쁜 꿀벌로 끝나는 것이 우리의 존엄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총선에서 그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사뭇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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