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육아휴직 안 했더라면…나는 승진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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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와 대안학교 교사 등 교육계에서 10년간 일해온 ㄱ(47)씨의 경력은 2008년 첫아이를 갖고 나서 멈춰 섰다.
허무한 가정이지만, 16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면 ㄱ씨는 "꼭 대안학교 교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일이라도 계속했을 것 같다"고 했다.
출산휴가 3개월 뒤 곧장 회사로 복귀한 ㄴ씨는 원하던 대로 승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 그는 "만약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승진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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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와 대안학교 교사 등 교육계에서 10년간 일해온 ㄱ(47)씨의 경력은 2008년 첫아이를 갖고 나서 멈춰 섰다. 당시 비정규직 대안학교 교사였던 그에게 육아휴직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정규직인 남편에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나도 쓰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 회사에선 ‘육아휴직은 있으되 사용할 수는 없는’ 제도였다. 남편은 “쓸 수야 있겠으나 (승진이나 고과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ㄱ씨가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때만 해도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리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2013년 아이 둘이 연이어 더 생기면서, 복귀는커녕 세 아이 돌보기에도 벅찬 날들이 이어졌다.
올해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복직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적어도 막내에겐 아직 잔손길이 필요한데, 남편은 거의 매일 해 뜨기 전 출근했다가 새벽이 다 돼서야 들어올 정도로 바빠 육아를 분담하기 어려웠다. 허무한 가정이지만, 16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면 ㄱ씨는 “꼭 대안학교 교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일이라도 계속했을 것 같다”고 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바탕을 둔 부정적 인식과 직장 내 불이익으로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ㄱ씨 같은 수많은 여성이 ‘독박육아’에 갇혀 경력단절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를 보면 10명 중 8명(76.5%)이 여성의 취업 장애 요인(복수 응답)으로 ‘육아 부담’을 꼽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이보다 앞서 내놓은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에선 일을 그만둔 여성 가운데 10명 중 8명(78.1%)은 ‘육아·교육 문제가 해결되면 그만두지 않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ㄴ(35)씨는 육아 문제가 해결돼 일자리를 오롯이 지킬 수 있었던 사례다. 대기업 정규직 직원인 ㄴ씨는 지난해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육아휴직을 쓰고 싶었지만, 같은 해에 승진에 필요한 고과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무조건 불리하죠. 고과도 사람이 평가하는 건데, 얼굴도 안 보였던 사람한테 높은 점수를 주진 않아요.”
ㄴ씨는 남편과 상의해,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ㄴ씨는 승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첫 남성이었지만, 다행히 크게 눈치를 주는 상황은 아니었다. 출산휴가 3개월 뒤 곧장 회사로 복귀한 ㄴ씨는 원하던 대로 승진에 성공할 수 있었다 . 그는 “만약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다면 승진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성별 임금격차 문제 해결과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성평등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로를 특정 성별만 쓸 수 있는 것은 여성들에게 전적으로 ‘슈퍼 맘’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남성들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정책적인 압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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